






소백주와 선비의 애틋한 사랑
등잔불 심지가 발간 방안의 아랫목에 탐스러운
비단이불로 잠자리가 보아져 있었고, 윗목에는
조그마한 술상이 놓여 있었으며 그것은 부부가
첫날밤을 치를 때 마신다는 합환주였다.
김선비는 뜻하지 않게 조선 최고의 미인을 얻어
혼례식을 치르고, 그녀와 함께 뜨거운 첫날밤을
보내게 된 것을 생각하니 온통 꿈만 같았다.
사뿐사뿐 방으로 따라 들어오던 신부 소백주가
머리에 족두리를 얹고 원삼을 입은채로 발그레
고운 연지 곤지 찍은 볼을 빛내며, 합환주 술상
앞에 다소곳이 앉았다.
“서방님, 잔 받으세요.”
소백주가 쓴 한편의 시를 보고 이렇듯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로 곧바로 부부의 백년가약을 맺어
버리다니 저 여인이 아무래도 그 유명한 천하의
미색 소백주임에 틀림없는 것이었다.
“고운 봄밤의 사방에 꽃향기가 은은한데 그대가
그 꽃의 주인이고 참으로 기쁘기가 한량없구려.”
사모관대를 입고 술상 앞에 앉은 김선비가 잔을
그녀에게 들이대자, 하얀 손으로 청자빛 술병을
든 소백주가 조심스레 잔을 채워 주었다.
“그대도 한잔 받구려. 우리 이제 부부의 인연을
맺었으니 이 밤을 서로 즐겁게 지내보세나.”
김선비는 술병을 받아들고, 소백주의 잔에 술을
부었고 맑게 빛나는 눈빛이 깊은 산속 샘물마냥
맑았는데, 김선비와 마주친 눈빛 속으로 파르르
꽃잎 같은 미소의 여울이 지나갔다.
파란 하늘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속눈썹이 짙은
맑은 눈동자 여울 속에 선비는 온몸이 빠져드는
느낌이었고, 앵두꽃마냥 고운 얼굴을 바라보며
김선비는 바싹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서방님, 한잔 드시와요.”
소백주가 술잔을 들고 김선비에게 술을 권하자
김선비는 잔을 들면서 흠뻑고인 웃음을 가볍게
터트리며 그녀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대와 같은 조선 최고의 절세 미녀를 만나서
달밤에 달빛을 흠뻑받으면서 혼례식을 올렸던
일은 내 영원히 잊지 못하겠소.”
“소첩도 서방님같은 사내대장부를 만나서 서로
부부의 언약을 맺었던 일은 두고두고 영원토록
잊지 못할 것입니다.”
김선비와 소백주 둘은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잔 받으세요. 서방님!"
소백주는 다시 술병을 들고 잔을 가득 채웠으며
김선비는 술잔을 들어서 그 술을 받아들었다.
세상 일을 망치고 이젠 살길이 막막하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천하의 미색을 만나서 이 한밤을
주거니 받거니 고된 인생 기우는 것을 잊는다면
이 또한 행복한 일이 아니겠는가.
천하의 선객(仙客)이라 떠드는 자들도, 이러한
기분은 미처 모를 것이었고 시름없이 술마시던
소백주와 선비는 어느새 술기운에 빠져 서로를
강렬하게 요구하고 있었다.
“그대는 정말 아름답군요!”
어느 결에 취한 김선비는 자신의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소백주의 손을 덥석 부여잡고 앵두 같은
붉은 입술을 사정없이 훔치려는 것이었다.
“서방님, 순서를 지키셔야죠.”
소백주가 김선비가 잡은 손을 가볍게 뿌리치자
김선비는 제 마음을 가다듬고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에 쓰고 있는 족두리를 벗겼다.
김선비는 여인의 향기를 맡아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없었고 가까이 품에 다가온 소백주에게
풍기는 여인의 향기가 김선비의 가슴을 타고서
뭉클 휘감아 올랐다.
향기에 취해서 떨리는 손으로 머리의 족두리를
벗겨낸 김선비가 이윽고 소백주의 몸을 감싸고
있는 원삼을 벗기기 시작하자 그녀가 속삭이듯
김선비에게 말했다.
“서방님, 불을 꺼 주세요.”
“으음..........”
김선비는 짧게 신음을 토하며 후우~ 등잔불을
꺼버렸고 찰나에 어둠속으로 빨려든 김선비는
어둠속에서 소백주의 원삼을 벗겨내고 드디어
속저고리를 더듬어 옷고름을 찾았다.
소백주의 가슴을 더듬으며 속저고리의 고름을
붙잡으려는데 그의 손끝에 소백주의 보드랍고
탐스러운 젖무덤이 물큰 매만져졌으며 그순간
소백주의 뜨거운 신음이 가늘게 새어나왔다.
"아~ 아~ 아~
손끝에 걸리는 소백주의 젖무덤 감촉에 온몸이
감전된듯 김선비는 순간 움찔 손가락을 뺐다가
다시 어둠 속에서 조심스럽게 그녀의 옷고름을
더듬어 찾는 것이었다.
가만가만 소백주의 젖가슴을 더듬던 김선비는
기다랗게 늘어진 옷고름 끝을, 겨우 찾아 내어
잡고 슬그머니 힘을 주었으나, 질끈 옭아 묶은
그녀의 옷고름이 단단히 버티었다.
김선비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면서 다시금 힘을
주어 당기자 묶은 자리가 팽팽하게 당겨지는가
싶더니 이내 풀렸고 김선비는 소백주의 어깨를
살포시 감싸 안으며 저고리를 벗겼다.
김선비에게 온몸을 내맡긴 소백주는 다소곳이
앉아서 김선비의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었으며
김선비가 이제는 속저고리 고름을 찾았다.
보드라운 속저고리 속에는, 소백주의 아름다운
어깨가 감싸져 있었고 긴호흡을 짧게 들이마신
김선비는 다시 떨리는 손길을 더듬어 조심조심
속저고리 고름을 찾는 것이었다.
무명처럼 보드랍고 고운 속저고리 안에 숨겨진
소백주의 더운 살결의 탄력이 손끝에 전해졌고
김선비는 소백주의 보드라운 가슴을 더듬으며
겨우 속저고리 고름을 찾았다.
슬그머니 부여잡고 고름을 잡아채자, 속저고리
옷고름이 풀어헤쳐진 그녀의 몸이 마치 가을날
알밤송이 빛나듯 어둠속에 맨살을 들어냈다.
다시금 소백주의 어깨를 감싸 안고 속저고리를
벗겨내린 김선비는 그녀를 덥석 가슴에 안았고
소백주의 보드라운 어깨가 손에 박혔으며 순간
그녀의 입에서 가느다란 비명이 새나왔다.
“으음...... 서방님......”
김선비는 격렬하게 터져나오는 짧은 숨을 급히
들이마시고, 두팔로 소백주를 안아서 이부자리
속으로 눕혔으며 그리고는, 재빠르게 소백주의
치마끈을 더듬어 찾는 것이었다.
이미 온몸의 피가 끓어올라 아랫도리의 가운데
그것이 단단히 발기되어 불기둥 처럼 솟아오른
김선비는 급한 마음을 주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사나운 야수처럼 어여쁜
꽃을 함부로 다루면 안되었고 불끓듯 타오르는
격한 마음 같아서는, 당장 한 입에 꽃잎을 꿀꺽
삼켜버려야 했지만 그래서는 안 되었다.
김선비는 타오르는 숨길을 다잡으며 더운 숨을
내쉬었고 반듯이 드러누운 소백주의 가슴 위로
손을 더듬었으며 봉긋한 젖무덤 위로 졸라묶은
치마끈을 잡고 천처히 풀어 내렸다.
몸에서 자유로워진 치마는 김선비의 손에 의해
몸 밖으로 끌려나왔으며 슬그머니 이불 밖으로
그녀의 치마를 끌어내는데 그녀의 체중에 눌린
치마가 무겁게 당겨졌다.
그것을 눈치 챘을까 소백주가 자신의 아랫몸을
들썩거려 올려 치마가 잘 빠져나오게 해주었고
이제 그녀에게 남은건 속치마와 속바지 그리고
고쟁이 뿐이었다.
비록 이불속이긴 했지만 소백주의 탱탱한 뽀얀
젖무덤이 통째로 들어났으며, 김선비가 그녀의
젖무덤을 손길로 어루만지 듯 쓰다듬자 그녀의
뜨거운 신음이 입밖으로 새어나왔다.
'아... 서방님!"
김선비는 마른 침을 꿀꺽삼키며 남은 속치마와
속바지 고쟁이를 벗기기 위해 손길을 움직였고
보드라운 젖무덤과 허리를 만지며, 속치마끈을
찾으려고 더듬더듬 손을 움직였다.
매끄러운 몸매에서 풍기는 소백주의 분 내음과
살향내가 코끝에 물씬 풍겨와서 비릿했고 마치
오월의 봄 꽃밭을 걷는 기분이었다.
한마리 토실토실한 살찐 암사슴을 더듬듯 꽃길
같은 꿈길을 가듯이 김선비는 소백주의 온몸을
탐닉해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침내 매끄러운 소백주의 아랫배 위의 속치마
끈이 손에 잡혔고 김선비는 바로 이것이로구나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얼른 그것을 풀어냈다.
힘없이 속치마끈이 풀리자 안에 숨어있던 하얀
다리와 아랫배가 그대로 물씬거리며, 김선비의
온몸을 자극하였고 김선비는 속치마 끈을 풀고
소백주의 몸에 감긴 속치마를 벗겨냈다.
이제 속바지 차례였고 김선비는 속치마를 이불
밖으로 끌어내고 곧바로 소백주의 몸에 올라가
허리를 붙잡고 들어올려 속바지를 벗겨냈다.
길고 매끄러운 다리 아래로 속바지를 벗겨내고
드디어 마지막 남은 한장의 고쟁이를 벗겨내기
위해서 허리깨로 손을 움직여서 고쟁이를 잡고
벗겨 내리려고 하는 찰나였다.
“으음...... 서, 서방님......”
그때까지, 다소곳이 누워있던 소백주가 김선비
손을 덥석 붙잡고 속삭이며 김선비를 불렀으며
김선비의 코끝에 그녀의 분내음이 물씬 풍겼고
김선비는 겨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있는지..."
“우리 사랑은 영원한 것인가요?”
역시 소백주는 여자였고 불끓듯 타오르는 사랑
앞에서 사랑이 영원한가를 물었으며, 김선비는
한순간 사랑에 온몸을 다 바쳐서 불태워버리면
그만이라는 듯이 온몸을 던져왔다.
소백주는 격정적인 순간에도, 사랑의 덧없음을
염려하는 것이었고 이러한 순간 사내는 누구나
모두 그 사랑의 영원함을 맹세하는 것이었으며
역시 김선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몸이 죽어서 없어지더라도 그대와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으리다.”
소백주는 김선비의 확신에 찬 말을 듣고 안심이
되었던지, 그의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고 마지막
순간까지 선비를 믿지 않는다는 것일까, 아니면
영원한 사랑을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것일까?
김선비는 소백주의 고쟁이를 벗겨 내리기 위해
힘을 주었고 소백주의 탱탱한 엉덩이에 짓눌린
고쟁이가 쉬이 벗겨내리지 않자 순간 소백주가
자신의 엉덩이를 슬그머니 들어주었다.
마침내 소백주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채
발가벗은 알몸이 되었고 손으로 그녀의 알몸을
쓰다듬던 김선비는, 사랑스런 소백주와 한몸이
되기 위해 자신의 옷을 훌렁훌렁 벗었다.
재빨리 자신의 옷을 벗어버린 김선비는 이불을
들썩이고 소백주의 알몸을 말처럼 재빨리 타고
올라갔으며 진달래 꽃처럼 불타는 듯한 그녀의
입술을 그대로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아 흡.........!”
뜻밖의 일격을 당한 소백주는 짧은 비명 소리를
토하며, 그만 스르르 허물어져 버렸고 김선비는
그녀의 혀를 자신의 혀로 감아 단침을 흡입하고
빨아 삼키며 왼손으로 그녀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소백주의 봉긋한 젖무덤을
쓰다듬는 것이었고, 탐스럽고 보드라운 그녀의
배위에 올라탄 김선비는 이미 사나운 한마리의
수컷이었던 것이다.
김선비는 소백주와 맞추었던 입술을 떼어내고
그녀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핥았으며 그러다가
귓불을 이로 잘근잘근 씹어주고 핥아주었다.
“아~ 아~ 서방님~ 너무 좋아요."
소백주는 온몸의 긴장이 싹 풀리며 신음소리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언제 맛본 여인의 향내인지
김선비는 숯불처럼 이글거리는 몸으로, 혼신을
다해서 소백주를 잠식해 가고 있었다.
소백주가 점점 몸을 열어가는 걸 느낀 김선비는
이제 혀를 아래로 향해서 목덜미를 핥고 손으로
봉긋한 젖무덤을 쓰다듬다가, 드디어 오뚝 솟은
젖꼭지를 입안에 넣어 깨물고 빨았다.
“아악~ 서방님~ 나 못살아!”
순간 소백주의 자지러지는 듯한 애틋한 신음이
목구멍 밖으로 새어나왔고 그녀의 신음 소리에
도취된 김선비의 입술은 더욱 격렬히 소백주의
양쪽 젖꼭지를 번갈아가며 빨아댔다.
부드랍게 애무를 하며 소백주의 젖꼭지를 핥고
빨아대던 김선비의 손은 그새 아래쪽으로 향해
가더니 숲이 무성하게 우거진 소백주의 옥문을
향해서 소리없이 돌진하고 있었다.
은밀한 손길을 피하려는듯 소백주는 자꾸 몸을
뒤틀었으며 김선비는 희열에 몸을 떨면서 빠져
나가려는 그녀의 발가벗은 알몸을 눌러 고정을
시키고 여체를 샅샅이 음미하였다.
소백주의 젖무덤을 애무하던, 김선비의 입술이
점점 아래쪽으로 향했으며, 소백주의 매끄러운
아랫배를 핥더니 어느결에 그의 손은 부드럽고
무성하게 우거진 수풀에 가 있었다.
보드랍고 따뜻한 소백주의 가운데 수풀에 손이
닿자 그녀는 두다리를 움찔 조였으며 김선비는
조여올린 소백주의 다리를 자신의 다리를 감아
풀어 내리며 수풀을 손으로 쓰다듬었다.
보송한 수풀속에 숨은 소백주의 옹달샘은 벌써
맑은 샘물이 고여서 흐르고 있었으며 아랫배를
뜨겁게 애무하고 핥던 김선비가 어느새 두팔로
소백주의 양쪽 다리를 붙잡아 들었다.
그리고 사정없이 소백주의 양쪽 다리를 옆으로
벌리고 서슴없이 검은 수풀을 향해 돌진했으며
그리고 그녀의 달콤한 샘물을 자신의 혀끝으로
음미하고 입안에 흡입하는 것이었다.
“아... 으으윽... 서방님!!!"
소백주는 참았던 깊은 신음을 토하며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고 그순간을 놓치지 않고 김선비의
커다란 불기둥이 성난 황소처럼 소백주의 수풀
은밀한 옹달샘을 향해 사정없이 돌진했다.
“하아~! 서방님! 나 몰라~"
순간 천정이 무너져 내릴듯한 소백주의 외마디
비명이 짧게 새어나왔고 남녀의 사랑이 하나가
되는 찰나였으며 그렇게 하나가 되어 김선비와
소백주는 온몸을 격렬하게 뒤흔들었다.
앞산이 무너져 내릴듯 천둥번개와 함께 요란한
폭풍이 몰아치고 격랑이 이는 파도처럼 이불이
들썩였으며 땅은 지진이 일어난 듯 요동쳤다.
두 사람은 이리 저리 뒹굴면서 김선비가 소백주
위에서 방아를 찧기도 하고, 소백주가 김선비의
위에서 말을 타기도 했으며 하늘이 땅이 되기도
하고 땅이 하늘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뒤얽혀 여러 번 몸을 불태우고 새벽닭이
몇차례 홰를 치고 울더니 그새 날이 밝아왔으며
땀을 흠뻑 흘리며 격렬하게 온몸을 다 불태웠을
때에 비로소 하나였던 몸은 둘이 되었다.
땀으로 범벅된 그들은 날숨을 토하고 어둠속에
앉아서 윗목에 놓아둔 물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서 서로 끌어안고 누웠으며
소백주가 김선비의 품에 안겨 속삭였다.
“서방님께서는 어디서 사시는 분이기에 이제야
나타나신 건가요?”
“내 고향은 경상도 상주지요.”
“그래요. 그런데 머나먼 수원 땅을 어떻게 해서
오시게 되었나요?”
하룻밤 수많은 격정의 순간이 지나가고 이제야
비로소 김선비의 신상이 궁금했던지, 소백주는
김선비의 지나온 내력을 묻는 것이었다.
“내 본시 글을 읽는 서생으로 과거에 급제하기
위하여 수많은 세월을 공부에만 전념하였는데
과거를 보는 족족 낙방해, 이제 더 이상 세월을
보낼 수도 없고 하여
친척인 지체높은 이정승에게 부탁하여 벼슬을
사기 위해, 집안의 가산을 모두 팔아 삼천 냥을
갖다 바치고 삼년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런데 삼년이 지나가도록 아무 벼슬자리 하나
주지를 않고 상주 고향땅에서 노모와 처자식이
굶어 죽는다 하기에 더이상 그집에서 기다리고
있을수 없었기에 몇냥의 노자라도 얻어서
고향으로 가려고 했으나 노자 한푼 주지 않아
되돌아 오다가, 수원 땅에 당도해 그대의 방을
보고 너무 배가 고파서, 술이나 한잔 얻어먹고
허기나 면하고 가려다가 이리 된 것이지요.”
김선비는 지나온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숨김없이 소백주에게 모두 자세하게 말했다.
"서방님, 그러셨군요. 그러시다면 아무 걱정을
하지 마시고 이곳에서 지내셔요.”
그렇게 말하면서 소백주는 다시 김선비의 넓은
가슴을 어루만졌고 젊은 소백주의 손길이 닿자
김선비는 또다시 몸이 불끈 달아올라 소백주를
살그머니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서방님과 저는 정말로 천생연분인가 보옵니다.
서방님 손길이 닿는 곳마다 마구 꽃이 피어나고
불이 번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신가요. 나도 그대를 만나, 이렇게 허기를
면하고 조선에서도 최고로 소문난 여인을 품에
안게 되었으니 참으로 기쁘기 한량이 없군요.”
김선비는 소백주의 몸을 어루만지면서 또 다시
그녀의 몸위로 몰라갔으며 남녀 관계란 처음이
어려운 것이지, 그 벽을 넘어 한번 서로 사랑을
나누게 되면 쉬이 넘나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선비와 소백주는 서로의 궁합이 맞는
천생연분이라 그랬는지, 절구와 절굿공이 처럼
서로의 마음과 몸이 마치 한몸처럼 융합되었고
화음이 딱딱 들어맞는 것이었다.
김선비와 소백주 사이에는 늘 아름다운 미풍이
흐르고 있었으며 그런 미풍은 서로에게 환희를
낳았고 환희의 나무 밑에는 금슬이란 탐스러운
열매가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김선비는 그날 이후로 소백주에게 흠뻑 빠져서
고향 집에 내려갈 마음을 송두리째 잊어버렸고
소백주는 매일 김선비를 술과 고기로 융숭하게
대접하고 들로 산으로 유람을 다녔다.
김선비에겐 연일 꽃피는 봄날과 같은 시름없는
날들이었고 소백주의 옆에 있으면 향기가 그칠
일이 없었으며 근심걱정일랑 있을 수가 없었고
남녀간에 세상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마음 편하게 근심걱정 없이 살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고 더이상 욕심부려 공부해
과거 따윈 볼필요도 없었으며 힘써 재물을 늘려
부귀영화를 누리려 할 필요도 없었다.
다만 돈많은 어여쁜 부인 소백주가 이끄는 대로
살아가면 되었으니, 누구는 새로이 얻은 마누라
덕분에 호강을 한다고 할지 모르지만 그 세월이
김선비에겐 춘삼월 호시절과 같았다.
김선비는 고향의 노모와 처자식이 굶어 죽겠단
생각은 잊어버리고, 아무런 생각없이 소백주와
즐거운 나날을 보냈으며 밤마다 예쁜 소백주를
품에 껴안고 자면서 세월을 보냈다.
그런데 그렇게 삼년의 세월이 흘러가고 어느날
북녘에서 찬바람이 몰려오고, 밤나무에서 밤이
벌어지고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되자 김선비는 고향 생각이 간절해졌다.
“어허! 간밤에 단꿈을 꾸고 일어난 것만 같은데
그새 삼년 세월이 훌쩍 지나가 버렸단 말인가!”
김선비는 소백주에게 홀랑 빠져서 지낸 세월을
더듬어 보았고 지금쯤 고향에도 가을이 왔다는
생각이 들고 그동안 잊고살았던 노모와 처자식
생각에 견딜수 없이 그들이 그리워졌다.
생각해보면 식구들이 죄다 굶어죽게 되었다는
전갈을 받고 고향집에 가다가, 소백주를 만나
그들을 잊어버리고 혼자서만 호강하고 살아온
것을 이제야 깊이 되새겨 보는 것이었다.
‘아이쿠! 이거, 내 고향땅에 살아있을 어머니와
처자식은 어찌 되었단 말인가. 필시 모두 굶어
죽었을 것이야! 내가 이거 사람이 아니었구나.’
김선비는 속으로 깊이 뉘우치며 소백주의 집을
떠나, 고향집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으며
그날밤 잠자리에 들어서 소백주에게 말하였다.
“부인, 내 그대 덕분에 이곳에서 세월가는 줄을
모르고 호강하고 살았는데 생각을 해보니 고향
집에 두고온 노모와 처자식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궁금해 마음이 몹시 불안하군요.”
"서방님, 고향으로 떠나시겠다는 것입니까?”
소백주가 화들짝 놀라면서, 잠자리에서 일어나
앉으며 놀란 토끼눈을 뜨고 김선비에게 말하자
김선비는 작정한 듯이 소백주에게 말했다.
"그래요. 이곳에서 나 혼자 좋자고 있었던 것이
그사이 삼년이나 지나갔고, 사람이라면 이렇게
혼자만 좋자고 식구들을 내팽개치는 짓은 절대
해서는 아니 될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서방님, 그렇다면 다시 오시는 것입니까?”
“고향에 처자식이 있는 몸이니 가면 어찌 쉬이
올 수 있겠습니까. 내가 한양이라도 가는 길이
있으면 반드시 다시 들리겠습니다.”
“서방님 그러면 이밤이 서방님과 이별의 밤이
아닙니까. 오늘 밤 이별주라도 한잔 해야지요.”
그렇게 말하며 소백주가 밖으로 나갔으며 정말
이밤이 소백주와 이별의 밤이란 말인가 꽃피는
봄날 기약없이 만나 꿈결같은 나날을 보냈건만
그 세월도 이제 끝이 나야 한단 말인가.
먼길을 떠나야만 하는 김선비의 마음도 차가운
가을바람처럼 쓸쓸했으나 어쩌랴. 밖으로 나간
소백주가 주안상을 차려와, 김선비와 소백주는
이별의 술잔을 마주하고 앉았다.
아늑한 등잔불 발간 방안에 주안상이 놓여지고
김선비와 소백주는 마주 앉았으며, 3년을 함께
살아온 사이건만 항상 새로운 사람과 살아온것
같은 따뜻한 사랑이 묻어나는 소백주였다.
차가운 칼바람 아래서도 다가올 봄을 예견한듯
꿋꿋하게 피어나는 매화꽃 같은 상큼하고 진한
향기가 먼저 코끝에 다가와서 여인네의 포근한
향기로 자신을 덮쳐버리고 말던 소백주.
김선비는 학이 나래를 펼치고 비상하는 그림이
그려진 술잔을 잡았으며 차가운 술잔의 온도가
손끝에 느껴졌고, 방바닥은 따뜻했지만 바깥은
무서리 내리는 차가운 늦가을 밤이었다.
북녘 멀리서 기러기 날아올 차가운 밤에 고향에
두고 온 늙은 어머니와 처자식들은 밥이나 굶지
않고, 몸이나 따뜻하게 있을까를 생각하니 숨은
눈물이 가슴 밑바닥에 솟구치려 하였다.
천하의 미색 소백주와 영원히 함께 살아갈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으련만, 그것은 안될 일이었고
글공부 한 죄로 과거시험에 낙방한 것이 가슴에
한이 되어 급기야 벼슬을 사러 올라왔다가
3년 동안 가산을 모조리 탕진해 버리고 고향집
가족들이 굶어 죽게 되었다는 식구들의 편지를
받고 내려가다가 아름다운 여인 소백주의 품에
빠져서 3년을 지내버렸으니
돌이켜보면 이것은 도무지 사람으로서 해서는
아니 될 짓이었고, 다소곳이 김선비 앞에 앉아
있던 소백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있는
김선비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서방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시나요?”
“잠시 과거의 회상에 잠기었습니다.”
김선비는 몰려오는 상념을 고개를 저으며 모두
털어버리고 무겁게 입을 열면서 들었던 술잔을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필경, 서방님께서는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시면
어머니와 아내 그리고, 사랑스런 자식들 때문에
다시는 이곳에 오지 못하실 것입니다.
우리가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고 살아온 날들이
지난봄 화사하게 피어났다, 시들어 버린 꽃들과
같이 추억이 되버릴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오니
소첩은 참으로 서러움이 밀려옵니다.”
소백주는 울컥 울먹이며 김선비의 빈 술잔에다
술을 가득부어 채웠다.
“인생의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을 어찌 알 수가
있겠습니까만 생각하건데, 사람으로서 도리가
있다고 한다면,
그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걸 잠시 망각했다는
사싷을 느꼈을 뿐이며 내 비록 사람의 도리를
찾아 먼길을 떠난다고 하지만, 우리의 사랑을
어찌 쉬이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서방님, 그 말씀 진정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대를 나의 품속에 안고 살아온
지난날이 나는 최초로 사람으로서 참된 사랑을
알았던 것이며 이별은 모두 깨끗이 잊어버리고
오늘밤 한잔 술잔을 기울입시다.”
“그래요. 서방님.”
김선비와 소백주는 이별에 대한 우울한 기분을
애써 털어버리려 술잔을 부딪치며 술을 들었고
김선비는 술잔을 비우고 가슴에서 샘솟듯 솟아
나는 시정에 겨워 즉흥으로 시를 읊조렸다.
지난밤 봄길 따라왔다가 예쁜 꽃향기에 취해
그 꽃을 안고 잠들었네
달게 한잠 자고 일어나니 천지에는 세번이나
매미가 울었다고 하네
나그네 발길 돌려 길 떠나려하니 꿈에서 만난
임의 얼굴 눈앞을 가리네
고요히 가슴에서 끓는 정한을 읊고 난 김선비는
채워진 술을 단숨에 삼키고는 눈을 감고 한송이
수선화처럼 단정한 자태로 앉아 시를 듣고 있는
소백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제봐도 항상 향기로운 여인 소백주는 웬만한
사내보다도 더큰 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봄동산
같은 마음의 뜰을 가졌으며 김선비는 봄동산을
호젓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처음 만났던 그날밤 한동이 술을 마시고 한편의
시를 써서 그녀에게 보이고 시를 보고 조건없이
자신을 선택해준 소백주를 생각하곤, 김선비는
비로소 사랑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남녀간의 사랑이란 육체가 만나 타오르는 불꽃
같은 것만은 아니었고 사랑에는 세상의 잡스런
허위를 휩쓸어 버리는 짜릿한 통쾌함이 깃들어
있었으며 은밀하고 달콤한 희열이 있었다.
“서방님 시를 들으니, 우리가 처음 만났던 밤이
생각나며 한동이 술을 마시고 거침없이 써내려
가던 꾸밈없는 시가 참 마음에 들었었지요.”
“나같은 사람의 시를 알아봐주고 거지나 다름이
없는 나를 받아들여 이렇게 화사한 꿈결에 살게
하였으니 비록 내가 훗날 저승에 간다해도 그대
소백주를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김선비와 소백주는 다시 술잔을 비웠고 이제는
김선비가 술병을 들고 그녀의 술잔을 가득채워
주었으며 술잔을 든 소백주가 그윽한 눈빛으로
김선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멀리서 기약없는 임이 오신다기에
오가는 사내들 혹여 임인가 그리워
대문을 열어놓고 임 기다리기 삼년
꽃소식 몰고온 임 버선발로 맞았네
내 그 임을 모시고 꽃 속에서 삼년
어젯밤 무서리 내려서 꽃잎 시드니
임은 그새 멀리 떠나려하네
가슴속 끓는 이별의 슬픔을 시로 읊는 소백주의
눈가에 뜨건 눈물이 자신도 모르게 스며 올랐고
희미한 등잔불 아래, 반짝이는 이슬을 대롱대롱
맺혔다가 주르르 소백주의 뺨을 타고 구르는
뜨거운 것을 본 김선비는 순간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하였고, 김선비는 일부러 외면하면서 술잔을
들었고 이 곳에 그냥 눌러앉아 지내면서 꽃같은
한 세월 지내버리면 그만이겠으나
그것은 아니 될 일이었고 잠시 어느 풍경 좋은
곳에 취해 넋을 잃고 앉아 있다가 갈길을 잊고
있었으니 이제는 또 그 길을 떠나가야만 했다.
“내 그대를 버리고 가는 게 아니고, 그대를 나의
마음에 꽃인양 안고 갈것이니 우리 좋은 시절에
다시 꼭 만납시다.”
김선비는 소백주 쪽으로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와락 감싸 안았고 소백주가 가늘게 흐느끼면서
김선비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어왔다.
하룻밤 풋사랑 인연도 잊지못할 것이라면 잊지
못할 것인데 삼년이나 한솥밥을 먹으며 한이불
덮고 맨살을 섞어 부비며 살아온 사람이었다.
“서방님...... 사랑해요."
소백주는 김선비의 품에 안겨서 다가올 이별에
북받쳐 오르는 슬픔을 토했고 사람이 가더라도
죽는 길이 아니면 언젠가 만나겠지만 소백주는
이번에 김선비를 아주 보내버릴 마음이다.
그도 그럴 것이 멀리 김선비의 고향 상주 땅에
노모와 어엿한 아내가 있고, 자식들이 있으니
이렇게 자기만 좋다하고 김선비를 막무가내로
붙잡아 두는 것은 또 아니 될 일이었다.
언제가는 김선비가 떠나갈 것임을 알고 있었던
그녀는 이제 그날이 가까이 왔음을 마음속으로
확인하며 그것을 준비해온 마음의 슬픔을 자기
스스로 달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별 앞에서 마냥 슬퍼만 할것이 아니고
멀리 길을 떠나 가는 사랑하는 김선비의 마음도
달래 주어야 했으며, 소백주는 김선비의 가슴에
묻었던 얼굴을 들고 환히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 그동안 저와의 인연이 아름다웠다고
한다면 서방님이 가시는 길앞에 아름다운 일이
있을 것이니 기분을 풀고 한잔 하셔야지요.”
밝게 웃는 소백주의 얼굴에 퍼지는 미소를 보고
김선비도 무거웠던 마음이 풀리는 듯이, 환하게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세상의 일이거늘 어찌해
세상의 일을 바깥에서 살려고 한 사람들이 궂은
눈물을 보여야 하겠습니까.
그대와 함께 살면서 스쳐 지나가는 바람소리와
뒤울안 개울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면서 세상의
일을 바깥에서 사는 즐거움을 알았습니다.
조선 최고의 여인 소백주여 그대는 이미 바람과
개울의 이별과 만남을 알고 있으며 내 저바람과
개울물처럼 정처없이 흘러가려 하니, 그저 놓아
두고 보시기 바랍니다.”
“서방님, 가는 바람과 오는 개울이 만나 여기서
잠시 빚어지는 소리를 함께 들으면서 살았지요.
저 바람은 개울의 몸의 흐름을 알고, 이 개울은
바람의 가는 사연일랑 묻지 않음을 알지요.
이 가을, 싸늘한 바람 부는 사연 또한 묻지 않고
도란거리니 우리도 이밤 저 바람소리 물소리와
함께 빈 마음으로 도란거려요.
서방님, 먼 바다로 가서 다시 못 오고 먼 허공에
흩어져서 다시 못오더라도 그 깊은 가슴속에는
이 사연이 그대로 살아서 숨쉴 거니까요.”
김선비와 소백주는 서로의 깊은 눈을 응시하며
술을 들었고 동시에 술잔을 내동이치고 서로를
와락 끌어안았으며 깊은 입맞춤을 주고받았다.
뜨거운 혀와 혀가 만나 서로를 깊이 탐닉하였고
그것은 마음속에 들어있는 사랑의 또 다른 형상
이었고 믿음과 사랑 그리고 헤어짐 앞에 서로를
위로하는 축제와도 같은 것이었다.
입으로 불을 꺼버린 김선비는 소백주를 껴안고
따뜻한 비단 이불속에 파고들었으며 그의 손은
소백주의 젖가슴을 쓰다듬고 그의 혀는 솜처럼
보드라운 소백주의 살결을 핥고 있었다.
소백주는 김선비의 목덜미를 힘주어 끌어안고
입안에서 뜨거운 불꽃을 토해냈으며 김선비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꽃봉오리가 피듯 소백주는
그의 손길에 깊이 길들여져 있었다.
김선비의 손이 소백주의 속치마 속으로 들어가
수풀을 헤치고 은밀한 옥문을 헤집자 소백주는
깊은 신음을 토해내며 울부짖었다.
“아흑! 서방님...... 사랑해요.”
김선비는 소백주의 치마를 훌렁 벗기고 재빨리
그녀의 발가벗은 알몸을 덮쳤으며 향기를 잔뜩
머금고 있는 소백주의 꽃봉오리가 햇살에 꿰어
탁 터트려지는 그 찰나의 순간처럼,
소백주는 김선비의 뜨거워진 불기둥이 자신의
옥문으로 거침없이 들어오자 김선비를 껴안고
낙지처럼 착 달라붙었으며 김선비는 소백주의
몸에 자신을 깊숙이 포개며 속삭였다.
“내 그대를 잊지 않을 것이오!”
“하아~~ 서방님~ 사랑해요!”
서로의 이별을 위로하는 축제는 날이 지새도록
계속 그칠줄 몰랐으며 아낌없이 서로를 위하여
서로를 불태우는 사랑의 행위는 서로에게 남아
있을 아쉬움을 털어내는 행위인지도 몰랐고
서로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던지는 행위로 머언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며 그녀가 차려준 아침을
먹은 김선비는 드디어, 말을 타고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났으며 실로 6년 만의 일이었다.
벼슬을 사러 가서 3년, 소백주와 3년, 도합 6년
간의 세월끝에 노모와 처자식 있는 고향으로의
귀향이었으나, 3년 전 귀향은 그야말로 실패한
자의 처참한 귀향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의 귀향은 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었으며
벼슬복은 없어도 여자복은 있었던지 절세 미인
소백주의 덕으로 노자돈 두둑이 등에 짊어지고
말등에 앉아서 가는 귀향길이었다.
“서방님 부디 건강하게 잘 사세요.”
대문밖까지 따라 나와서 눈물을 흘리고 작별의
인사를 하면서 붙잡았던 소백주의 손을 놓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던 순간도 말이 달리는 속력
만큼이나 재빠르게 과거가 되고 있었다.
사랑하는 소백주를 두고 가는 김선비 마음속에
다시금 살아나는 어여쁜 소백주에 대한 마음을
애써 지워버리면서 앞을 향해 내달렸다.
'어머니와 처자식은 잘 지내고 있을까.'
그렇게도 가족들이 위급한 처지에 놓여 있었던
것을 모두 잊어버리고 오직 아름다운 소백주의
살향기에 빠져 매일 고기에 흰쌀밥을 먹으면서
살았으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내어찌 세상에 태어나서 과거에 급제해 벼슬도
하지 못하고 늙은 어머니마저 보살피지 못하고
이처럼 슬픈 고향길을 가게 되었단 말인가.’
김선비는 달리는 말 등에 앉아 이런저런 생각을
했으며 그렇다고 딱히 생각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김선비는 머릿속에 자라나는 생각의
싹을 잘라버리고 멀리 눈길을 주었다.
가을걷이가 끝나가는 들판이 그새, 겨울 준비를
하고 있었으며 낙엽이 지고 앙상하게 겨울 맞을
준비를 하는 나무 사이로 낯을 차갑게 간질이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부지런히 말을 몰아 길을 재촉하면서 길목에선
주막에서 요기도 하고 말먹이도 먹이고 밤이면
주막집에서 한사발 술로 여독을 달래며 드디어
고향에 들어서는 산 어귀에 이르렀다.
산과 산이 둘러쳐진 산고개를 넘어가면 그아래
멀리 평야가 열리고 지금쯤 하늘끝에 까치밥의
감홍시가 붉게 달려있는 고을이 있었다.
고향을 떠나기 6년 전에 김선비의 줄줄이 낳은
어린 아이들도, 천자문과 사자소학을 배우려고
서당에 다녔고 겨울이면 연을 만들어 형제간에
앞다투어 날리기도 하였던 것이다.
김선비는 마을 어귀를 들어서며 늙은 어머니와
처자식이 건강하게 잘 있기만을 바라며 상념에
젖어들었고 그는 마을길을 내려가며 멀리 개울
건너 있을 자신의 집을 눈여겨보았다.
봄이면 분홍빛 살구꽃이 피고 여름이면 그늘이
시원한 감나무 아래에서 글을 읽던집 가을이면
들에서 집안일을 하는 머슴들이 벼를 추수해와
볏가리를 높게 쌓아놓고 벼를 훑어냈다.
많은 전답을 벼슬사러 팔지 않고 보존했더라면
배불리 먹고 살았을텐데 모조리 팔아 치웠으니
예전의 그런 풍요로운 가을도 없을 것이었다.
김선비는 자신의 집있는 곳에 눈을 고정시키고
그곳을 향해서 바삐 말을 몰았으며 초가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의 어귀를 돌아서 이윽고 자신의
집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으로 향해 갔다.
그런데, 기대하면서 골목을 돌아서는 김선비의
눈에 있어야할 자신의 집은 그곳에는 없었으며
그 자리에는 보기에도 웅장한 커다란 대궐같은
기와집이 새로 지어져 있었다.
“아, 이럴 수가! 우리 집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필경 우리 식구들이 큰일을 당했단 말인가!”
김선비는 심장이 덜컥 멎는 듯이 망연자실하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넋나간듯 멍하니
혼자소리를 하며 그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하얀 말등위에 앉아서 넋나간 듯 망연히 자신의
집이 있었던 곳을 바라보던 김선비 앞에 노인이
골목길을 내려오더니 반갑게 말했다.
“이게 뉘신가요! 김선비가 아니신가?”
“예! 어르신,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우리 식구들은 어디로 떠났습니까?”
김선비는 살던 옛집이 깡그리 사라지고 그곳에
대궐 같은 집이, 새로이 들어 서 있는 것을 보고
떨리는 가슴으로 우선 급한 것부터 물었다.
“지금 저 집에서 잘살고 있지요.”
“예!...... 그 그게 정말이신가요?”
도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란 말인가? 온 식구가
굶어죽게 되었다고 하더니 어디에서 많은 돈이
생겨 저토록 우람한 집을 새로 지었단 말인가?
“어서 집에 들어가 보시지요!”
“어허!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그런데 그때 대문안에서 가을바람에 흩어지는
낙엽을 비로 쓸어 모으고 있던, 김선비 아내의
귓전에 낯익은 서방님의 목소리가 대문밖에서
들려오는 것이었다.
김선비의 아내는 부리나케 달려나가 대문 밖을
기웃거리자, 남편이 뒷집의 최노인과 인사말을
나누는 모습을 보았고 김선비 아내는 반가움에
대문 앞을 뛰쳐나가며 크게 소리쳤다.
“서방님! 어서 들어오세요?”
대궐같이 큰집이 자기 집인 것만은 분명하였고
김선비는 황급히 고삐를 잡아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섰으며 그리고 아내에게 다급하게 물었다.
“여보,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요?”
김선비의 부인은 서방님이 한양에서 돈을 많이
보내주어 이렇게 큰집을 지었다고 하면서 지금
어머니와 식구들이 모두 잘먹고 잘살고 있다고
하면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무어라! 내가 돈을 보내주었다고!’
김선비는 어안이 벙벙하였고 조선 최고의 미색
소백주를 만나 굶주려 죽는다는 늙은 어머니와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3년 동안 꿈같은 나날을
보내고 왔건만 대체 이 무슨 말인가?
김선비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을 마굿간에
매어두고 어머니가 계시는 큰방에 들어가 6년
만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절을 했으며, 백발의
어머니는 얼굴이 밝아보이고 건강했다.
“불효자, 어머니께 문안 여쭙니다.”
“아범아! 얼마나 고생이 많았느냐?"
“소자, 어머니를 볼낯이 없습니다.”
김선비는 진심으로 어머니께 사죄를 드렸으며
어머니에게 문안인사를 드리고 나온 김선비는
안방에 들어가 아들딸들의 절을 받았고 6년전
아이들이 훌쩍 자라 그새 청년이 되었다.
“아버님,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못난 애비대신 너희가 고생 많았다.”
김선비는 아랫목에 앉아 아이들의 절을 받고는
그들을 모두 물리쳤으며 그리고 도대체 이렇게
새로지은 큰집에 대해 어찌된 영문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많은 돈을 보내준 이가 도대체 누구일까?’
김선비가 생각을 하기엔 그것은 아마도 벼슬을
사러가서 삼천 냥을 바쳤으나 벼슬을 내려주지
못하여 그간 가져간 돈이나마 도로 돌려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김선비는 이정승에게 벼슬을 사려고 바친 삼천
냥이 집으로 돌아온 줄로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믿고는 부엌에서 먼길온 서방님을 위해
씨암탉 잡고 술상을 차리는 아내를 불렀다.
김선비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던 아내가 방으로 들어왔으며, 김선비가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니 주름이 많이 늘어나고
곱고 화사하던 얼굴도 세월속에 시들었다.
“부인, 이정승이 삼천 냥을 보내주었나요?”
“이정승은 코빼기도 비친 일이 없습니다.”
“그럼, 많은 돈을 도대체 누가 보냈나요?”
김선비가 자신의 예측이 틀린 것을 알고 펄쩍
뛰며 깜짝 놀란 얼굴로 말하자 부인은 남편이
한양에서 크게 사업을 일으켜 대 성공을 해서
돈을 많이 보낸 것이 아니었던가 하였다.
“이 이런?……”
식구들이 굶어 죽게 생겼다고 해서 집에 급히
내려오다 수원에서 조선 최고 기생 소백주의
집에서 삼년 동안 꿈결 같은 나날을 보내다가
고향으로 내려온 것이 전부가 아닌가.
“서방님이 돈을 보낸 것이 아닌가요?”
“으음!…… 그러니까, 그 그게 말이요……”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져있던 김선비가 중대한
결심이라도 했는지 벌떡 일어나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아내와 아이들을 모이게 해놓고 고개를
깊이 조아리며 찬찬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김선비는 그 간의 얘기를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고 벼슬 사러가서 삼년 그리고
수원에서 조선최고 기생 소백주와 함께 살았던
삼년을 숨김없이 낱낱이 이야기 했다.
아무래도 이정승에게 벼슬을 사기 위하여 바친
삼천냥의 돈이 되돌아온 것이 아니라면 수상한
돈의 정체를 반드시 밝혀야만 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아범이 건강하고 우리 식구가 이렇게
잘살고 있으니 괜찮다고 했으며 어머니의 말에
김선비는 부끄러워 고개를 조아렸고 바로 그때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아내가 말했다.
지금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3년 전에 돈궤미를
지게에 짊어지고 온 늙은 종이, 이 돈의 사연을
묻자 수원에서 나으리가 보낸 것이라고 했으며
부인의 말에 김선비는 깜짝 놀랐다.
“정말이다. 아범아! 나도 들었단다.”
“그것은 소백주가 보낸 것입니다!"
그해 봄 낙향하는 쓸쓸한 길에 수원에서 한편의
시를 쓰고 그녀를 만나 향기롭게 지내던 어느날
밤에 어디에 사느냐며 가족 사항을 자세히 묻던
소백주가 김선비 눈에 선하게 떠올랐다.
“서방님, 내일 그리로 다시 가세요.”
김선비의 아내가 김선비의 얘기를 듣고 있다가
그렇게 말했으며 그말을 들은 김선비는 놀라서
벌렸던 입을 닫고는 점잔을 빼면서 말했다.
“부인, 그새 그렇게 투기를 부리시나요.”
“서방님, 투기가 아니라 은혜를 모르면..."
“어멈 말이 맞다. 그사람에게 가보아라.”
“아버지께선 그분에게로 가셔야겠군요.”
6년 만에 돌아온 집인데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가족이 모두 원한다고 당장 그곳으로 떠난다고
말할수는 없었고 소백주가 돈을 보내 가족들을
보살펴 주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소백주는 여느 여인들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넓은 마음과 기량을 지닌 훌륭한 여인이었으며
김선비는 소백주의 자신을 향하는 깊은 마음을
생각하며 그해 겨울을 고향 집에서 지냈다.
이렇게 한가로이 낮으로는 책을 읽으며 아이들
글공부를 봐주고 밤에는 아내와 한이불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무며 운우를 나눌수 있는
것이 소백주의 덕이라고 생각되었다.
어느듯 겨울 북풍이 남쪽에서 몰려오는 따뜻한
바람에 밀려서 파릇파릇 봄 새싹이 돋아났으며
날이 따뜻해지자 오색의 꽃이 피어나고 새들이
찾아와 지저귀기도 하는 것이었다.
아! 지금은
온천지가 살아나는 때
얼음 어는 땅에 새로 새싹 돋고
꽃피어 향기로울 때 언제나 새봄은
남으로부터 오나니
북으로 가는 거침없는 봄 등을 타고
내 마음 달려가네
그리운 이에게로
언젠가부터 자꾸만 그리운 소백주를 마음 속에
감춰두고 사는 김선비는 시를 읊조리면서 봄이
오는 길을 따라서 그녀에게로 가고싶은 뜨거운
그리움의 나래를 펴곤 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김선비의 아내가 알았던 것인지 개울옆
버들강아지 털이 보송보송 부풀고 노란 개나리
꽃잎이 새로 피어나자 김선비의 아내는 정성껏
나들이 의복과 괴나리봇짐을 마련했다.
“서방님, 늦기 전에 어서 수원에 가세요.”
“어어 어흠!”
김선비는 대답대신 헛기침을 하였고 큰아들이
말을 대령했으며, 지난 겨울 여물을 잘 먹여서
아주 잘 달릴 것이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가야
식구들도 행복하게 살수 있다고 했다.
큰아들이 지난 늦가을에 김선비가 타고온 하얀
말고삐를 붙잡고 나오자 김선비는 이제는 더는
안되겠구나 싶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 작별인사를 했다.
“어머니, 소자 수원에 다녀오겠습니다.”
“아범아! 우리 걱정 말고 어서 가거라.”
김선비는 어머니의 방에서 나와 나들이 의복을
입고 부인이 준비해준 괴나리 봇짐을 짊어지고
아내와 아이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말등위에
올라타 채찍을 후려치고 내달렸다.
“부인, 아이들과 건강히 잘 있구려!”
그리운 소백주가 있는 수원땅을 향해 김선비는
쏜살같이 말을 몰았으며 그리운 소백주를 빨리
볼양으로 가슴이 부푼 김선비는 주막에 들려서
쉬는 것도 줄이며 재빠르게 말을 몰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러 간다는 것은 가슴 뜨거운
일이었고 푸른 봄풀 살아오는 들을 달려 봄바람
몰아가듯 산길을 달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고향으로 갈때 무거웠던 마음과는 다르게 다시
소백주를 향해 달려가는 길은 꽃길을 달려가는
기분이었고 며칠을 줄기차게 달리는 길 끝에는
그리운 임이 함빡 웃고 기다릴 것이었다.
어느 따뜻한 봄날 오후 드디어 고대하던 수원에
당도한 김선비는 낯익은 대문 앞에 서서 말등에
앉아 크게 소리쳤다.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어머! 상주나으리 오셨어요!”
집안일 하는 옥단이가 김선비를 반겼고 그뒤로
사내종이 나와 말의 고삐를 부여잡고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말에서 내린 김선비는 크게 기침을
하면서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아이구! 서방님 오셨어요!”
소백주가 버선발로 마당으로 나와서, 소리치며
김선비를 반겼고 화사하게 핀 한송이 모란꽃이
나비마냥 향내를 풍기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김선비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대가 그리워 밤낮없이 달려왔소.”
소백주는 어젯밤 꿈속에 창공을 날아온 하얀학
한 마리가 품속으로 깃들었고 아침에는 까치가
울더니만 서방님이 오시려고 그리했나 보다고
하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먹였다.
소백주가 기쁨에 넘치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김선비를 맞아 집안으로 들어갔으며 김선비는
소백주의 손을 와락 잡으며 웃었다.
“그대가 너무나도 보고싶었소이다."
“서방님께 어서 진지 지어 올려라!”
소백주는 집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분부를
내리고는 김선비와 함께 안방으로 들어갔으며
김선비가 자리에 앉자 그녀가 큰절을 올렸다.
“서방님, 왜 이렇게 다시 오셨습니까?”
“내 어찌 그대를 잊을 수가 있겠어요."
김선비는 그둥안 상주 고향집에서 있었던 일을
모두 털어놓으며, 소백주가 김선비의 식솔들을
해마다 따뜻하게 보살펴준 그은혜를 생각하면
꿈에라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하였다.
김선비는 그렇게 말하며 소백주를 와락 가슴에
끌어안고 입술로 입술을 덮치고 소백주의 혀를
뿌리가 뽑힐듯 빨아댔으며 달콤한 그녀의 침을
자신의 입만에 한가득 흡입하였다.
“으읍! 서방님, 잠시 참으시지요.”
김선비의 뜨거운 입술을 받아들이며, 소백주가
신음하듯 말하자 김선비는 더욱 사납게 드넓은
가슴 안으로 소백주를 달싹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대를 잠시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속삭이며 김선비는 다시 소백주를 와락
끌어안고 입술을 맞추었으며, 김선비의 뜨거운
혀가 소백주의 달콤한 입속 혀밑을 파고들었다.
“흐흡! 서방님, 참 급하기도 하셔라!"
김선비는 오래간만에 그리운 그대를 만났는데
어떻게 낮밤을 따질새가 있겠느냐고 말하면서
곧바로 일을 치를 기세로, 소백주의 옷고름을
풀어헤치며 막무가내로 달려들었다.
"에구~ 칫! 급하기도 하시옵니다."
소백주는 슬그머니 김선비를 밀치 듯이 자신의
몸을 빼내려 하였지만 김선비의 완력이 너무나
셌고 그때 문밖에서 부엌에서 일하는 옥단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마님! 진지상 대령했습니다.”
“옥단아, 잠시만 기다리거라.”
김선비와 소백주는 옷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바로 앉았으며 뒤이어 밥상이 들어왔으며 김이
무럭무럭 오르는 쌀밥과 쇠고기 닭고기 갖가지
반찬이 한상 차려진 진수성찬이었다.
“서방님, 어서 진지부터 드셔요.”
소백주가 뜨거운 김이 오르는 밥뚜껑을 열면서
수저를 들려주었고 김선비는 못이긴 척 수저를
잡았으며 김선비는 밥보다 실은 그대의 향기가
그립다고 하면서 참을수 없다고 했다.
“칫! 정력도 좋으시지. 진지부터 드세요.”
소백주가 가볍게 눈짓을 하자, 김선비는 놓았던
수저를 다시 들었고 쌀밥을 한술 푹떠서 입으로
가져갔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먹는 밥맛이
꿀처럼 달콤하게 느껴지는 것이었다.
달게 밥을 먹고 반주로 서너잔 술을 기울이는데
소백주가 술을 한모금 마시고 나더니, 김선비를
차분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부인이 서방님을 보내주시던가요?”
“은혜에 감사하다며 가라고 했지요."
사실은 그대의 은혜에 감사하며 내가 돌아가던
날에 바로 그대에게 돌아가라고 했으며 그대가
있었기에 어머니를 모시고 애들을 잘 기를수가
있었다며 몹시 고마워 했다고 하였다.
“정말 그리하셨단 말인가요?”
“노모와 애들도 그리 했지요."
김선비는 그길로 바로 오고 싶었으나 오랜만에
돌아간 고향집을 당장 떠날수 없었으며 그런데
봄이 오자 다들 늦기전에 그대에게 돌아가라고
성화여서 못이긴 척 돌아온 것이라고 했다.
소백주는 김선비 말에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고
김선비의 부인이 자신에게 질투하고, 내쳐버린
것이 여자로서의 마음일 것인데 그렇게도 고운
마음을 써주었다니 달리 생각되었다.
참으로 고운 마음씨를 지닌 여인이라고 생각한
소백주는 자신만 혼자서 김선비를 서방님으로
차지해서는 안될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어서 상을 물리고 이리 오세요.”
김선비가 다그치자, 소백주가 문밖을 바라보며
밥상을 물려가라고 소리쳤고, 옥단이가 밥상을
물려내가자 김선비는 소백주를 와락 끌어안고
다시 뜨거운 입술을 가져가는 것이었다.
소백주는 김선비의 손길이 닿자 봄눈이 녹듯이
스러졌고, 지난시절에 타오르던 뜨거운 불길에
길들여졌던 장작개비가 불씨를 만나자, 삽시에
활활 타오르는 것이었다.
“으 으읍! 서방님......”
소백주의 입술을 덮치는 김선비 손길은 빠르게
그녀의 저고리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보드라운
그녀의 젖무덤을 향해 안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소백주의 단단히 부풀어 오른 젖무덤을 헤집던
김선비의 뜨거운 손길은 이제 그녀의 치마끈을
향하였고 치마끈을 풀어 헤치며 아래로 아래로
손을 더듬어 가면서 김선비가 말했다.
“그대가 그리워 지난 겨울을 애태웠소.”
"소첩도 서방님이 정말 보고싶었어요."
소백주는 김선비가 떠나가고 행여 다시 올까봐
기다려져 매일밤 대문을 걸어 잠그지 못했다고
했으며 김선비는 능숙한 솜씨로 그녀의 뜨거운
옥문을 한밤내 봄불을 내기 시작했다.
"아~ 아~ 서방님~ 사랑해요."
뜨겁게 달구어진 소백주의 질퍽한 옥문 속으로
김선비는 단단해진 불기둥을, 깊숙이 들이밀며
오랜만의 그리움을 녹여 사랑의 성을 튼튼하게
다시 쌓아가기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 아~ 서방님~ 좀 더......"
한바탕 요란한 폭풍이 지나가자 소백주 허리가
새우등처럼 둥글게 휘어지고, 팔다리가 힘없이
길게 늘어졌으며 그녀는 많은 액물을 쏟아내고
결국 파르르 떨면서 실신하였다.
소백주와 김선비는 그렇게 한달 동안을 달콤한
사랑을 나누었고 어느날 서둘러 가산을 정리해
소백주의 집과 재산은 친척에게 맡기고 새로운
삶을 위해 둘이 함께 상주를 향해 떠났다.
김선비는 말을 타고 소백주는 가마를 타고...

- 옮겨온글 편집 -

[출처] 소백주와 선비의 애틋한 사랑|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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