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가련기시(可憐妓詩) - 제주 에코랜드에서

 

김삿갓의 가련기시(可憐妓詩)

 

 

 

 

憐行色可憐身 가련행색가련신

可憐門前訪可憐 가련문전방가련

可憐此意傳可憐 가련차의전가련

可憐能知可憐心 가련능지가련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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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가련도 능히 가련한 이 마음 알아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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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시인 김삿갓이 '가련'이라는 기생에게 쓴

가련기시(可憐妓詩)라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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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可憐)이란 기생의 이름에, 빗대기 위하여

연마다 가련(可憐)을 넣어서 시를 지었고 역시

김삿갓다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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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은 함경도를 방랑하다가, 함흥에서 가련

이란 기생을 만나 3년간 걸음을 멈추고 아늑한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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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곳에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길위에서 떠돌던

김삿갓이 어떻게 한 곳에서 3년동안 보낼 수가

있었는지 그만큼 가련이 삿갓을 휘어잡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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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도 있었겠지만 김삿갓이 가련을 만나기

전에 두번이나 다른 사람에게 가련의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인연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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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는 금강산 불영암 암자에서 공허스님을

만났을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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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서 김삿갓과 의기투합해 서로의 시세계를

논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공허는 떠나는

김삿갓에게 함흥에 가거든 가련이라는 기생을

만나보라고 하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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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북쪽으로 발길을 돌린 김삿갓이 안변

땅을 지나면서 어느 노파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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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김삿갓을 알아본 노파가

함흥에 가거든 가련을 만나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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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씩이나 가련의 얘기를 들었으니 김삿갓도

만나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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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련이란 여인을 만나는 순간 김삿갓의

가슴에도 파란이 일어났으며 나중에 알고 보니

공허스님과 노파가 가련의 부모였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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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하여 김삿갓은 가련과 꿈같은 3년 간의

세월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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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김삿갓의 방랑생활이 영원히 멈출 수가

있겠습니까? 하여 김삿갓의 방랑생활은 시간이

갈수록 가련의 사랑을 뚫고 나와 점점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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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삿갓은 이 한 계절 돌고 오겠다며 붙잡는

가련의 손을 떼내고 또 다시 방랑의 길을 떠나며

방랑길을 떠날 때 다음과 같은 시를 써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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可憐門前別可憐 가련문전별가련

可憐行客尤可憐 가련행객우가련

可憐莫惜可憐去 가련막석가련거

可憐不忘歸可憐 가련가망귀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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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련과 문 앞에서 이별하려니 가련쿠나

가련이 객을 떠나보내려니 더욱 가련하구나

가련아! 가련하게 떠남을 슬퍼 말아라

내 가련을 잊지 않고 가련을 찾아 돌아오리라.

김삿갓은 이별 시에서도 역시 각 연에 ‘가련’을

넣고 있으며 그런데 한 번 떠난 삿갓의 발길이

쉽게 멈춰지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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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갓이 다시 돌아왔을 때, 가련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고 가련은 김삿갓을 기다리다가

결국 병이 나서 세상을 뜬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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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김삿갓은 가련의 무덤을 찾아가 그녀의

넋을 위로하며 또 한 수의 시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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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別從後豈堪忘 일별종후개심망

汝骨爲粉我旨霜 여골위분아지상

鸞鏡影寒春寂寂 난경영한춘적적

風蕭音斷月茫茫 풍소음단월망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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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후 어찌 잊었을까마는

그대는 백골 나는 백발

거울속 내 몰골 처량한데 봄마저 쓸쓸하구나

바람소리 소소하고 그대 음성 들을 길 없는

달빛 만이 망망하구나

​

- 옮겨온글 -

[출처] 김삿갓의 가련기시(可憐妓詩)|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