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녀 동비를 취하는 꾀병
처녀 동비(童婢)를 취하는 꾀병
(一計病取女童婢)
옛날에 어떤 시골에 선비가 한사람 살았으며
그는 우둔하였으나, 집안이 넉넉하였고 그의
아버지 생원은 색(色)을 너무 좋아했다.
생원의 집에는 한 어린 여종이 있었고 나이는
17세며 어릴 때부터 생원 부인의 안방에서만
같이 자라고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
여종은 규방 처녀와 다를바가 없어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고 생원은 그녀를 한번 품고
싶었으나 부인이 잠시도 방을 비우지 않았다.
그리하여, 하나의 계책을 세워 이웃의 절친한
의원 박씨를 찾아가 병을 앓는 것처럼 할테니
박의원은 이러 이러한 말을 하면 좋은 도리가
생긴다고 부탁하자 의원이 허락하였다.
수일후 밤에 생원이 갑자기 크게 아픈 척하자
집안 사람들이 아들에게 알렸고, 아들이 크게
놀라 아버지를 문안하자, 생원은 온몸이 아파
한기가 들어 몹시 괴롭다고 하였다.
생원의 신음 소리가 끊어지지 않고 혼미하여
위독해 보였으며 아들은 걱정이 되어 이웃의
박의원을 청하여 진맥토록 했으며, 진맥하던
박의원이 말했다.
"며칠전 뵈었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어떻게
병환이 갑자기 이토록 위독하게 되었소?"
노인의 맥도가 이와 같으니, 자기 우견으로는
사실 쓸만한 약이 없다면서 다른 명의를 찾아
의논하여 약을 짓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아들은 크게 놀라 의원의 손을 잡고 애걸하며
다른 의원이라야 박의원 같지 않고, 박의원은
아버지의 기품과 맥도를 익히 알고 있는데
어찌하여 좋은 방법을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물러가려 하느냐고 말하자, 의원은 얼마동안
깊이 생각하고 말했다.
백약이 합당한 게 없으나 다만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한데 얻기가 곤란하고 혹시 잘 못쓰면
해가 있기 때문에, 답답할 따름이라고 하면서
한숨만 내쉬는 것이었다.
이에 아들 선비는 몸이 달아서 비록 어렵다고
하지만, 자기가 있는 힘을 다하여 구하겠으니
순서를 말해 달라고 부탁하자 의원이 말했다.
"병환이 전적으로 한기로 인하여 가슴과 배에
맺혀있으니 남자를 경험하지 않은 16∼17세
정도의 숫처녀를 구하여
따뜻한 방 한가운데에서 병풍으로 가려 바람을
막은다음 알몸으로 가슴을 서로 마주대고 안고
누워서 땀을 흘리면 곧 낫지만
달리 어떠한 약도 소용없으니, 내가 생각하기에
16~17세의 여자가 상것의 딸이면 남자를 이미
경험하였을 것이고, 여염 양반집 여자는 아무리
약으로 쓴다고 하지만 말을 듣겠느냐고 했다.
마침 아들의 어머니가 마루에 서 있다가, 의원의
말을 듣고 급히 아들 선비를 불러서 지금 의원의
말을 들었는데, 약을 얻는게 어렵지 않다고 했다.
"어떻게 얻습니까?"
안방의 여종은 어릴 때부터 내 이불 속에서 자라
아직까지 문밖 구경을 하지 못했으니, 양반집의
규수와 조금도 다를바 없고
지금 나이 17세이니 만일 약을 구할 수 없다면
여종 아이를 약으로 한 번 써 보는 게 좋겠다고
하자 아들 선비가 그렇게 해 보겠다고 하였다.
"어머니 말씀대로 해 보겠습니다."
아들 선비는 기뻐하며 의원의 말과 어머니의
말을 그의 아버지 생원에게 알려주자 생원은
세상에 어떻게 그런 약이 있겠는가 하였다.
그렇지만 의원의 말이 이와 같다 하니 시험해
보는 것이 무어 해롭겠는가 했으며 그날 밤에
병풍으로 방안을 가리고, 동비의 옷을 벗기고
생원의 이불 속으로 들게 하였다.
아들 선비는 문밖으로 나가 있었고 어머니는
창밖에서, 생원과 여종이 발가벗읏 알몸으로
서로 가슴을 마주대고 땀내는 것을 살폈다.
얼마후 생원이 여종과 더불어 운우가 극음에
달하는 소리가 요란하자 어머니는 맘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안으로 들어가며 불평했다.
"그것이 무슨 놈의 땀을 내는 약인가? 그렇게
땀낼 것이라면 왜 나와 땀을 내지 못하는고?"
이때 문밖에 나가 기다리고 있던 아들 선비가
같이 따라 들어오면서, 자기의 어머니께 눈을
흘기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어머님은 어떻게 그렇게도 어리석은 말씀만
하세요? 그럼 어머니가 숫처녀란 말씀예오?"
- 옮겨온글 -

[출처] 처녀 동비를 취하는 꾀병|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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