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난 체 하는 기생(驕慢妓女)
잘난체 하는 기생이 있었는데 하루는 어수룩해
보이는 젊은 나그네가 기생을 찾아가자 기생은
나그네를 한껏 깔보고 대뜸 시험부터 해보았다.
"선달님, 글을 배우셨지요 ?"
"배우지 못하였네."
"세상에 남자가 글을 모르면 정말 답답하겠소.
하지만 손등이 하얀 걸 보니 무식장이 같지는
않은데 제가 하나 물어볼테니 대답을 해봐요."
"소나무는 왜 오래 사는지 아세요?"
"모르지."
"그럼 학이 잘 우는 까닭은 알아요?"
"그것도 모르지."
"원 저런! 그럼 길가에 있는 나무가 떡 버티고
서 있는 이치도 모르세요?"
"아무 것도 모른다니까."
기생은 나그네가 한 가지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콧대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니까 글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는 거예요.
제가 일러드릴 테니 들어보시우."
"소나무가 오래 사는 건 속이 단단한 까닭이고
학이 잘 우는 건 목이 긴 까닭이며 길가에 있는
나무가 버티고 서있는 것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는 까닭이에요."
"아시겠수?"
나그네는 그제서야 정색을 하며 그 기생에게
물었다.
"하하, 그래? 소나무가 속이 단단해 오래 사는
것이라면 대나무는 왜 속이 비어도 오래 살며
사시사철 푸르기만 한가?
학은 목이 길어서 잘 운다지만 개구리는 목이
짧아도 울기만 잘하지 않는가?
그리고 자네의 어머니께서 길가에 잘 버티고
서 있더니만 그것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끌려고 그러는 것인가?"
그제서야 코가 납작해진 기생이 기들어가는
목소리로 나그네에게 말했다.
"짧은 밤에 얘기만 하고 지내시렵니까? 어서
이불 속으로 드셔서 쇤네를 품어 주사이다."
- 옮겨온글 -

[출처] 잘난 체 하는 기생(驕慢妓女)|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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