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대한 신神
김순아
내가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편의점,
거기서 내가 만났을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
그 중에는
자식을 죽여 방안에
몇 년째 방치해 놓고 방향제를
사러 나온 아버지도 있을테고,
부모 유산을 탐하여 정신이 온전치 못한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근처 법무사사무소에 가 유언공증을 받고 나온 큰아들도 있을 테고,
혼자 아이를 낳아 쓰레기통에 버리고 목이 말라 우유를 사러 온 여학생,
게임기자판을 두들기다 심심하여
지나가는 또래 아이에게 삥을 뜯고 그 돈으로 컵라면을 사러 온남학생,
바람난 아내를 뒷조사하다 속이 아파 소화제를 사러 온남편,
몇 년째 취업에 실패하여 부모 눈치 살피다 담배를 사러온 총각,
강제로 명퇴당한 실직자,
무명시인,
심지어 맞은편 절에서 사람으로 위장하고 소주를 사러 온 부처조차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24시간 열린 편의점은
그 모든 존재를 다 받아준다.
참으로 관대한 신神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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