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이 오는 모습을 그리스 신화에서는 에오스가 태양신 헬리오스와 함께
하늘을 달리며 밤의 장막을 차례대로 걷어내는 것으로 그립니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에게는 특별한 별명이 있는데 바로 ‘장밋빛 손가락’입니다.
그녀가 밤의 장막을 걷어내며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길가에 장미꽃잎을 뿌리기 때문이지요.
붉은 여명이 밝아오는 모습에 대한 시적 은유지만
오늘 하루 내가 갈 길이 새벽의 여신이 뿌린 장미꽃잎으로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축복을 받는 기분입니다.
에오스가 뿌린 꽃잎이 다른 어떤 꽃도 아닌 ‘꽃의 여왕’, ‘향기의 여왕’으로 불리는 장미라서 더욱 그렇습니다.
어느 부문에서건 ‘여왕’이라는 지위는 단순히 미모만으로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침묵과 비밀의 신 하포크라테스가 어느 날 아프로디테가 불륜을 저지르는 장면을 보고 말았습니다.
아프로디테의 아들 에로스는 침묵을 지켜달라고 부탁하며 뇌물을 바쳤는데
그것이 바로 장미였습니다.
이 때문에 고대 로마에서는 장미를 침묵의 상징으로 여겼고,
천장에 장미가 조각된 공간에서 주고받은 이야기는 절대 비밀에 부쳐야 한다는 관습이 생겼습니다.
이로써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 비밀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세 가지를 모두 가진 꽃이 되었으니
‘꽃의 여왕’이라는 왕관을 받을만합니다.
동양에서는 《삼국사기》 열전 〈설총〉 조에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홀연히 한 가인(佳人)이 붉은 얼굴과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을 하고,
멋진 옷을 차려 입고 간들간들 걸어와 말했다.
“첩은 눈같이 흰 모래밭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마주보며 유유자적하옵는데,
이름은 장미라고 합니다. 왕의 훌륭하신 덕망을 듣고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는데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키우고 있던 장미꽃을 아름다운 여인의 대표로 나타낸 것이다
그래서 인지 어느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꽃은 장미라고 한답니다.
아름다운 꽃이라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이 장미꽃이지요
사랑을 고백할 때도 생일 선물에도 장미꽃이라면 항상 여심(女心)은 쉽게 녹아난다고 합니다
꽃이 아름답고 향기가 좋아 향수를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꽃의 여왕이라면 단연 장미꽃을 떠올리게 합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 꽃'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재 환경 공원을 산책하다 만난 이팝나무꽃 (0) | 2020.05.13 |
---|---|
백만송이 장미 그리고 조지아의 화가 피로스마니 (0) | 2020.05.11 |
마음에도 힘이... - 서재 억새 공원에서 (0) | 2020.05.02 |
듣고 싶다. 당신곁에는 내가 있어라는 응원의 말이 -뒷미지에서 (0) | 2020.05.02 |
살아있는 날엔 사랑을 하자 - 성주 뒷미지 연밭 (0) | 2020.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