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헤아리는 것보다
차라리, 해변에 앉아
모래알의 숫자를 헤아리는 게 더 쉽겠다
많은 모래가 모여야 백사장이 되지만
내 그리움은 반만 담아도
바다가 된다
- 모래와 바다 / 윤보영
언제 불러보아도 너의 이름은
내 마음에 살아
그리움이란 꽃을 피운다
이제는
사는 곳조차 모르는 너를
어쩌면
영영 만날 수 없다는 것이
한 가슴에 응어리로 남는다
-언제 불러보아도 中/용혜원
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 놓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녁 하늘
그 곳에 당신 마음이 있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워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물어오라고
- 황혼의 나라/ 이정하
돌부처는
눈 한 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 번 하는 데 한 달이나 걸린다
- 더딘 사랑 / 이정록
등 굽은 산허리 휘감고
어둠이 밀려 내려오는 저녁
불암산 자락의 노을을 바라보며
슬픔의 눈물 깃든 붉은 하늘을 헤맵니다
푸름이 짙어가는
화창한 봄날
벌과 나비
문전성시를 이루던 꽃
그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속으로 시들어만 갔나 봅니다
향 짙던 꽃이 떨어지는 날에
계절과의 긴 이별을 하며
이별은 슬픈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괜히 슬퍼집니다
만남은 이별을 전제로 하지 않지만
이별은 또 다른 만남을
마냥 밀쳐낼 수는 없겠지요
형용키 어려운 만감의 교차
걷잡을 수 없는
물결무늬 심장의 고동 소리
암초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는
물보라입니다
뜨거워질 수 없는 마음
사랑이 아니었음을
남겨진 나만의 짝사랑 임을
이별 예감으로 알았습니다
- 이별 예감/ 나상국
누군가 내게
당신은 그를 얼마나 사랑하나요
하고 묻는다면
나는 외면하며
손톱만큼요
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돌아서서는,
잘라내도 잘라내도
평생 자라나고야 마는
내 손톱을 보고
마음이 저려
펑펑 울지도 모른다
- 손톱깍기/왕구슬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물처럼 고여들 네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나가지 않게 할 수만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낮은 곳으로/ 이정하
그리운 날은 그림을 그리고
쓸쓸한 날은 음악을 들었다.
그리고도 남는 날은
너를 생각해야만 했다.
- 사는 법/ 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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