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위를 나는 #KF21, 추락하는 #F5]
K-방산의 눈부신 신화라는 화려한 조명 뒤편에서, 오늘도 서류 뭉치와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참으로 눈물겹게 치열한 '그들만의 전쟁'이다.
애초의 계획은 자못 비장하고도 상식적이었다. 대한민국 하늘의 오랜 숙원인 KF-21 블록1, 즉 공대공 물량 40대를 먼저 찍어내어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노후 전투기 F-5를 시급히 교체하겠다는 계획 말이다. 말이 좋아 전투기지, 반세기 동안 뼈를 갈아 넣으며 버텨온 고철 덩어리에 목숨을 걸고 올라타야 하는 조종사들의 현실을 감안하면, 이는 안보 이전에 인류애적인 생존의 문제였다.
그러나 역시나 '돈 냄새'와 '이권'이 걸린 판떼기는 상식을 가만두지 않는다. 방산업계와 관료 조직의 보이지 않는 알력 다툼, 그 추잡하고도 정교한 손익계산서가 작동하자마자 40대라는 숫자는 순식간에 20대로 반토막이 났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무슨 해괴한 이유인지 아예 뒤로 더 미루겠다는 소리까지 들려온다. 백년대계라는 국가 안보가 시장바닥 가판대의 떨이 물건보다도 쉽게 흥정 대상이 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실소가 터져 나오다 못해 헛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죽 쑤어서 개 주는 국가적 연금술
이 정교한 자해 공갈식 행정이 가져올 결말은 굳이 복잡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지 않아도 불 보듯 뻔하다.
• 물 건너간 수출 전선: 규모의 경제를 스스로 무너뜨린 무기를 대체 어느 나라가 신뢰하고 사 가겠는가? 제 자식에게도 입히지 않는 옷을 남에게 팔겠다는 심보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오만인가.
• 어부지리의 주인공, 중국: 우리가 국내에서 밥그릇 싸움과 지분 나누기로 날을 지새우는 사이, 저 멀리 대륙에서는 중국의 젠(J)-30을 비롯한 차세대 기체들이 비웃듯 날개를 펴고 시장을 낼름 집어삼킬 준비를 마칠 것이다. 우리가 공들여 지은 밥을 통째로 들어 바치는 꼴이다.
우리의 영공을 지키겠다는 자주국방의 염원은 방사청과 대기업의 복도 어디쯤에서 서류철 사이에 끼여 질식사하고 있다.
▪︎애국심이라는 이름의 값싼 소모품
정작 가장 끔찍한 비극은 이 한심한 숫자놀음의 청구서가 넥타이를 매고 에어컨 밑에 앉아 있는 자들이 아닌, 젊은 조종사들의 목숨으로 청구된다는 사실이다.
내수가 쪼그라들고 전력화가 미뤄질수록, 일선 조종사들은 오늘도 계기판이 언제 꺼질지 모르는 F-5의 조종간을 잡고 하늘로 올라야 한다. 그들에게 허락된 무기는 첨단 레이더나 미사일이 아니다. 오직 '추락하지 않기를 바라는 천운'과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희생정신'뿐이다.
고위 관료들과 방산 마피아들에게 조종사의 목숨이란, 예산서의 감가상각비나 소모품 비목 어디쯤에 적히는 한 줄짜리 숫자에 불과한 모양이다. 수시로 기체가 떨어지고 영공에 구멍이 뚫려도, 그들의 통장 잔고와 자리는 안전할 테니 말이다.
이 해괴한 꿍꿍이의 끝에 남을 것은 무엇일까. 세계 무대에서의 고립, 녹슨 날개를 달고 추락하는 조종사들, 그리고 텅 빈 하늘을 바라보며 허탈해할 국민들뿐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완벽한 파멸을 기획하고 있는 것인지, 그 탁월한 애국심의 깊이를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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