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암 7. 뱀막이 풍습 -김준호 재피방
어느 문화권을 막론하고 동물상징은 그 접한 환경에 따라 선과 악, 긍정과 부정, 복과 재앙, 지혜와 교활, 죽음과 생명의 양면적 대립성을 보이고 있다.
뱀도 마찬가지였다. 긍정적 이미지만큼 부정적 이미지도 많았다. 특히
징그러운 생김새와 날름거리는 혀, 은밀한 움직임, 특히 독을 품은 독사일 경우는 부정적 이미지의 극치를 달렸다.
특히 현실에서 뱀은 ‘전갈, 거미, 두꺼비, 지네’ 등과 함께 생존을 위해 치명적인 맹독을 사용하는 특성 때문에 독사에게 물리면 죽음과 파멸이라는 재앙을 겪어야 해서 항상 경계와 혐오의 대상이었음은 숨길 수 없는 진실이었다.
특히 기독교에서 뱀은 사탄의 부하로 에덴동산의 두 남녀를 악함과 교활, 타락과 유혹, 혼돈과 파괴, 선악을 알려주는 악함의 상징으로 여겼다.
이는 중동의 자연환경과 목축문화와 관련이 깊다. 중동은 건조한 사막 기후로 먹잇감이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극한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공격성도 강하고 맹독을 가진 방울뱀 계통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목축을 하며 이동하는 유목민들이나 양은 뱀에게 물려 죽을 위험을 항상 안고 살아야 했다. 중동에서는 뱀은 매우 위험한 동물로 여겨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팽배해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 민속에서도 “구멍에 든 뱀”, “뱀의 굴이 석 자인지 넉 자인지 어찌 알랴”과 같이 뱀은 음흉하고 교활함으로 경계의 대상이기도 했다. 특히 독사의 경우는 대하는 자세가 구렁이와는 완전하게 달랐다.
농경 시대에는 야외 활동을 하던 도중 뱀에 물리는 사고가 무척 잦았다. 그래서 항상 어디를 가던, 무엇을 하던, 조심해야 하는 것이 독사와의 조우였다.
그중에서 갈색 바탕에 얼룩무늬 반점이 있는 살모사는 치명적인 독이 있어, 머리를 들고 혀를 날름거리고 있으면 무조건 삼십육계가 상책이었다.
과거에는 가옥의 구조가 짚, 나무, 돌, 흙, 기와와 같이 자연물이 대부분이라 인간뿐만 아니라 쥐, 새들과 같이 동거하며 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독사가 평소에는 산이나 들에 살면서 개구리나 두더지를 잡아먹다가도, 이따금 쥐나 병아리 같은 먹이를 찾아 민가에 출몰하기도 하였다.
그러면 여성들과 아이들, 소와 염소, 닭들이 기겁하는 등 온 동네가 난리가 나기도 하였다. 자칫 물리면 상처 부위가 부어오르고 극심한 고통을 유발하며, 전신으로 뱀독이 퍼졌을 때는 구토, 오한, 어지럼증 등 치명적인 고통이 따랐고 생명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미련스럽게 보이지만 돼지는 독에 대한 저항력이 있어, 독사가 물어도 꿈적도 하지 않고 도리어 독사를 먹어치우는 천적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까치 독사라도 돼지우리에는 얼씬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새해 첫 뱀 날인 상사일(上巳日)이면 한 해 동안 집안에 독사의 침입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뱀 막이’ 풍속이 성행했다.
일반적으로 ‘뱀뱅이, 뱀첩’이라고 하여 '뱀 사(巳)'자를 쓴 작은 부적을 기둥에 거꾸로 붙이기도 하고, 뱀 날 새벽 들기름으로 먹을 갈아서 “靑巳 紅巳 白巳 李三晩 赤帝子蛇(청사 홍사 백사 이삼만 적제자사)”이라는 ‘뱀첩’을 써서 대들보 기둥에 거꾸로 붙이기도 했다.
적제자(赤帝子)는 길을 막고 있는 큰 뱀을 한 칼에 베었다는 한 고조 유방을 말하고, 이삼만(李三晩, 1770~1847)은 조선 후기의 명필로, 아버지가 독사에 물려 세상을 떠나자, 독사만 보면 껍질을 벗겨 통째로 씹어 먹었다고 하여 뱀을 막는 부적이 된 인물이다.
또 뱀이 무서워하는 전설의 칼을 등장시켜 ‘발검참사(拔劍斬巳), 항우검(項羽劒), 패왕검(覇王劒)’ 등을 기둥에 써 붙여 겁박하기도 했다.
뱀이 멀리 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방무일사(四方無一巳), 사공천리거(巳公千里去), 동서남북 속거천리(東西南北 速去千里) 등의 첩을 기둥 아래나 담벼락, 우물, 축사 등에 거꾸로 붙이기도 했다.
한편 작대기에 새끼줄을 길게 묶어 뱀 줄을 만들어, 쑥, 목화, 고추 등을 매달아 불로 독한 냄새를 피우며 뱀막이를 하기도 했다.
이때 “뱀 치자, 뱀 그슬리자, 뱀 지지자”라고 고함을 지르며 뱀을 쫓아내는 시늉을 한 후, 집 밖에서 뱀줄을 불에 태우는데 이를 ‘뱀 치기, 뱀 지지기, 뱀 그슬리기’라고 한다.
“중아 중아 칼 갈아라
저놈 잡아 회 해먹자”
-강원도 삼척/ 뱀 쫓는 소리
또 민속에서는 뱀날을 털이 없는 동물 날인 무모일(無毛日)이라 하여 뱀을 연상시키는 머리카락에 손을 대면 뱀이 들어와 화를 입는다고 하여 머리카락을 빗거나 감지 않고 몸을 사리고 근신하기도 했다.
어찌 되었건 뱀은 독이 되거나 약이 되거나 두 가지의 이중적인 상징성은 확실했다. 을사년(乙巳年)은 크게 잘 되기는 바라지 않는데, 잘못되지나 않을까 싶어 노심초사 뱀첩이라도 붙이고 싶은 심정이다.
-손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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