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사태와 친구의 선생님》
☆眞實이라는 것의 虛構.
☆眞實이라는 것의 虛構.
얼마 전 가까운 친구와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다 놀랍고 재미난 이야기 하나를 들었다.
53년 전 국민학교 4학년 때 담임 선생님으로부터 마라톤 영웅 손기정의 <일장기 말소사건>에 대해 오도된 내용으로 잘못 배운 자초지종의 얘기였다. 우습기도 한 슬픈 이야기다.
'일장기 말소사건'(日章旗抹消事件)은,
1936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2면에 베를린올림픽대회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선수의 사진을 게재하면서 그 유니폼에 그려진 사진 속 일장기를 지워버린 일로서 이 사건으로 동아일보가 일제에 의해 9개월간 폐간된 사건이다.
그런데 친구의 선생님께서는 일장기 말소사건에 관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길 "올림픽 시상식에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올라 금메달을 받은 손기정이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가슴에 붙은 일장기를 확 찢어버렸다."라고 하였단다. 이 얼마나 스팩타클하고 감동적인 장면인가?
나의 친구는 성인이 되어 나이 사십이 넘어서야 제대로 된 <일장기 말소사건>의 진실을 알 수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의 한순간 오도(誤導)
된 가르침이 낳은 웃지 못할 일이다. 이것이 그냥 웃어넘길 일일까? 진실(眞實)이라는 것이 얼마나 허구(虛構)적 개연성과 가까이 있는지를 보여 준다.
2007년 상영된, 광주사태에 관한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가 있었다.
많은 학생과 젊은이들이 이 영화의 장면들을 통해 광주사태를 잘 못 배우고 있다. 경상도 출신 공수부대원들을 차출하여 광주시민과 학생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잔혹하게 학살함으로써 그에 대한 시민 자위권 차원에서 무장 항쟁을 시작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영화의 주요 장면 가운데 수백 명이 죽은 것처럼 묘사 된 5월 21일의 전남대 앞에서의 시위 장면과 전남도청 시위 장면의 경우 실제로 사망한 사람은 각각 8명, 6명이었는데 실제 수백,수천 명이 죽은 것처럼 과장 왜곡하여 묘사하고 있다.
계엄군의 무자비한 집단 총격에 수없이 많은 시민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시민군의 장갑차와 버스에 군인과 경찰이 깔려 죽는 장면은 영화에서 허용되지 않았다.
실제 이 장면으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 특히 내용 모르는 젊은이들이 광주 5.18에서 계엄군의 무차별 집단 총격에 수백,수천 명이 죽은 것으로 은연중 인식하게 하였다.
이처럼 영화 화려한 휴가는 사람들이 광주사태를 왜곡 인식하는데 매우 악의적 영향을 끼쳤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와 허구, 악의적 각색으로 연출되어 결코 영화로서의 영화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역사바로세우기, 화려한 휴가 등 왜곡 오도된 잘못된 정보들로 하여금 광주사태의 사망자가 수백,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은연중 인식하고 있다. 그 또한 광주 5.18에 대한 왜곡과 집단 세뇌의 결과라 할 것이다.
이 글을 접하는 님께서는 광주사태의 사망자를 몇 명쯤으로 알고 계시는지? 광주사태 열흘 동안의 공식 민간인 사망자는 166명이다.
사망자 166명이 적다는 것이 아니라 수천 명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구 지하철화재 사망자 192명, 세월호 사망자 304명, 이태원 사망자 159명이었다.
영화 화려한 휴가는, 광주사태 때 겨우 아홉살이었던 1971년생 36세의 김지훈이라는 어린 감독에 의해 2007년 김상경, 안성기 주연으로 만든 다큐멘터리 형식의 기록 영화에 가까운 영화다.
영화의 제작 연도와 시대, 내용이 아직 역사적 사실관계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아 많은 부분이 의혹과 논란으로 남아 있는 광주 5.18에 관한 얘기로서, 시대적으로 이르거나 내용 측면에서 섣부르게 제작되었다.
1980년 광주이야기는 그냥 흥미롭게 아무렇게나 다룰 만큼 결코 재미난 이야기가 아니다. 철없는 어린 영화감독의 치기에 맡길 일도 더더욱 아니다.
이에 대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하며 그 자체로 역사를 날조하는 짓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영화 외적인 역사 왜곡과 오도가 엄연하기 때문이다.
5.18 왜곡의 비근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영화 화려한 휴가와 역사바로세우기라는 이름으로 규정된 5.18 광란의 굿판 그것은 친구의 선생님이 아닐까?
우리는 선생님께 <일장기 말소사건>을 잘 못 배운 나의 친구는 아닐까?
(2023. 4. 8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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