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 급한 꽃망울은 시들고 있는데 ..》

어제는 참 오랜만에 단비가 내렸습니다.

휴일 아침 밭일을 하다 문득 매화나무를 바라봅니다.
밭둑 한 켠의 매화나무 가지에 물방울 매단 꽃망울이 동글동글 맺혔습니다.
성미 급한 꽃망울은 진작에 터진 놈도 있습니다.
저러다 밤새 꽃샘추위 닥쳐오면 찬바람 맞아 금세 시들해지겠지요.
성미 급한 내 모습입니다.

좋은 게 좋다 못 하고, 보고는 못 본체 못하고, 덮어두지 못하고 맨몸으로 덤비다 상처 가득한 내 모습입니다.
성미 급하게 피었다가 꽃샘추위 맞는 그 모습입니다.

성미 급한 꽃망울은 이제 꽃잎을 간수 하지 못합니다.
촉촉한 단비가 대지를 적시건만, 훈훈한 봄바람 불어올 기미 없는 들녘에는 그 누가 성미 급한 꽃망울을 터뜨릴까요.

꽃샘추위가 닥친다 해도 어느 꽃망울인가는 터져 줘야 봄다운 봄이 오겠지요.
꽃망울이 터져야 봄이 올까요.
봄이 와야 꽃망울이 터질까요?

성미 급한 꽃망울은 철모르는 꽃샘추위에 시들어 갑니다.
꽃샘추위 지나면 어느 꽃으로 봄맞이해야 할까요?
성미 급한 꽃망울은 시들고 있는데ᆢ
(2022. 3. 14 박종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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