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마을에 욕심 많은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으며, 이 영감은 땅을 많이 가지고 가난한
농사꾼들에게 땅을 빌려주고 가을에 추수하면
수확량의 반을 거두어 갔다.
그래서, 농부들은 허리가 휘도록 일을 하고도
남는 게 별로 없었고 어느해 가을에 농사꾼이
부자 영감네 앞 마당에서 콩타작을 하였다.
다른 집은 마당이 좁았기 때문이며 도리깨로
콩을 두드려 콩껍질을 벗기고 있는데 때마침
병아리가 마당에서 놀다가, 농사꾼 도리깨에
맞아서 그만 죽고 말았다.
욕심쟁이 영감이 그것을 보고 가만있을 리가
없었고 농사꾼에게 병아리 값으로 열닷 냥을
요구한 것이다.
조막만한 병아리 값으로 한두 냥이면 충분할
것을, 내년 봄에 큰 닭이 될 것을 미리 셈놓아
큰 닭을 한마리 사고도, 남을 만큼 많은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억지를 부려서 남의 돈을 빼앗으려는
수작이었고 농사꾼이 들어줄 리가 만무하니
서로 옥신각신하다가 원님을 찾아가 판결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원님이 부자 영감에게 병아리의 값이 그렇게
비싼 이유를 물어보자 영감은 자기 병아리는
가난뱅이네 병아리와 달라서, 날마다 좁쌀을
한 홉씩이나 먹여 키우니,
내년 봄이면, 거위만큼 큰 닭이 되기 때문에
당연히, 큰 닭 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고
고을 원님이 그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치면서
명을 내렸다.
“듣고 본즉 영감 말이 백번 옳으니 농사꾼은
당장 열닷 냥을 물도록 하여라.”
농사꾼은 억울하기 짝이 없었지만 고을 원님
판결이라 어쩔수 없이 열다섯 냥을 영감에게
주었고 영감은 돈을 받고 입이 헤벌어졌으며
지켜보던 원님이 영감에게 또 물었다.
“병아리에게 날마다 좁쌀을 한홉씩 먹인다면
내년 봄까지는 좁쌀을 얼마나 먹이겠는가”
“그야 줄잡아도 한섬은 되겠지요.”
원님이 부자 영감의 말을 듣고 나서 또 무릎을
탁 치면서 말을 하였다.
“옳거니, 영감은 병아리가 죽어 좁쌀 한섬 키울
값을 번 셈이 아닌가. 그게 모두 병아리를 죽인
농사꾼의 덕이니, 그 값으로 열다섯 냥을 농사
꾼에게 주도록 하여라.”
이렇게 판결이 내려지자, 부자 영감도 이치에
맞는 말이어서 하는 수 없이 농사꾼에게 받은
열다섯 냥을 고스란히 되돌려주었다.
결국 부자 영감은 욕심을 부리다 농사꾼에게
한푼도 받지 못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출처] 원님의 명판결 닭값과 모이값|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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