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들만 사는 여인도(女人島)
이조 중종때의 일이며, 뭍에서 멀리 떨어진 남해의 절해고도에 여자들만 살고있는 여인도(女人島)가 있었다.
그 풍문을 듣고서 단신으로 뱃길에 오른 김서방은 천신만고 끝에 섬을 찾아내어 올라갔다.
그러자 섬에서는 김서방의 난데없는 출현에 온통 벌집을 쑤셔 놓은 듯이 술렁거렸다.
외계와 절연된 고도의 여인들에게 있어 김서방은 난생 처음 보는 외계인이었기 때문이다.
김서방은 상상하였던 것이, 막상 현실로 나타나자 이것이 꿈인가 생시인가 싶어 자신의 살을 꼬집어 보기까지 했다.
더욱이 여인들의 자태가 한결같이 너무 아름다워 취하다못해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이윽고 김서방은 여인들에게 에워싸인 채로 어떤 늙수그레한 여인에게로 안내되었다.
그 여인은 김서방에게 공손히 인사한 후 추장에게 곧 알현을 해야하니 샘터에 가서 목욕을 하라면서 아름다운 젊은 여인을 불러 시중들도록 명했다.
아름다운 여인을 따라서 샘터에 당도한 김서방은 바닷물에 찌들은 옷을 모두 벗었다.
이때 시중을 들던 여인이 김서방의 몸을 보더니만 매우 신기하다는 듯이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어머나! 꼬리도 있네? 손님의 몸은 저희들과 아주 다르게 생겼군요."
김서방은 남자와 여자는 본디부터 다른 법이라고 뽐내면서 여인이 만지게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왜 꼬리가 자꾸 커지고 딴딴해질까요?"
그 여인은 별 괴상한 것을 다 본다는 듯이 두눈을 휘둥그렇게 떳다.
"그것은 여자들이 만지면 커지라고 생긴 물건이기 때문이오."
"참 신기한 물건이군요. 그런데 이 주머니는...?"
"으윽! 그렇게 힘주면 큰일나요. 그건 남자에게만 있는 아주 귀중한 씨주머니라는 것인데..."
"씨주머니요? 어머, 그러고 보니까 감자 같은 것이 두개나 들어 있네. 어떻게 꺼내 볼 수가 없나요?"
여인이 손아귀의 힘으로 훑어내려고 하는 바람에 질겁을 한 김서방은 후다닥 물속에서 뛰어나오고 말았다.
목욕을 마친 김서방은 다시 어여쁜 여인의 안내로 여인도의 추장을 알현하게 되었다.
여인도 추장은 나이가 삽십 안팎의 미색이 빼어난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듣자하니 손님의 몸에는 괴이한 꼬리가 달렸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이오?"
여인도의 추장은 김서방을 보자마자 심히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다짜고짜 물었다.
김서방은 냉큼 바지를 벗고 추장 앞에 다가섰다.
"꼬리처럼 생긴 이 몽둥이는 도대체 뭣하는 거요?"
김서방의 물건이 벌써부터 잔뜩 성난 상태였으니 몽둥이란 말을 들을 만도 하였다.
"네. 이것은 여자의 배앓이를 치료해 주는 소제봉(掃除棒)이라는 연장이옵니다."
김서방이 능청스럽게 이렇게 대답을 하자 추장은 무릎을 탁 치면서 말하고 눈을 빛냈다.
"그것 참 신기한 연장이군요. 내가 요즘 배앓이로 잠을 잘 이룰 수 없었던 참이었는데, 그 연장으로 고쳐 줄 수가 없겠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곧 소제봉으로 치료를 해드릴 테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물러가게 하옵소서."
이 말에 여인도 추장은 시녀들을 물러가게 한 후에 김서방을 내실로 안내하였다.
"아주 말끔하게 소제를 하면 배앓이는 당장에 가실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시키는데로 추장님의 옷을 모두 벗으시고 침상에 누우십시오."
추장이 옷을 모두 벗고 침상에 드러눕자 김서방은 자신의 소제봉을 앞세우고, 추장에게 다가갔으며 이리하여 소제 작업은 정성스럽게 시작되었다.
추장은 처음 겪어보는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한 작업이라 교태 섞인 목소리로, 소제봉을 빼지 말고 천천히 오래오래 하라고 당부했다.
"추장님! 소제작업이 끝났습니다. 어떻습니까?"
"소제작업이 참 좋군요. 배앓이는 이제 씻은 듯이 가셨고, 십년 묵은 체증이 깨끗이 떨어질 정도로 황홀하고 후련하네요. 앞으로도 소제작업을 자주 해주시오."
여인도 추장은 땀이 송알송알 베인 자신의 얼굴을 치켜들면서 극히 만족스러워 하였다.
이후부터 김서방은 추장의 주치의가 되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추장의 부름을 받기만 하면 정성스레 배앓이 치료를 해주었다.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배앓이로 잠못드는 수많은 외래환자들도 치료를 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近視死馬目 가까이서 보면 죽은말 눈같이 보이고
遠看舊年瘡 멀리서 보면 오래된 부스럼자욱 같네
兩脣無一齒 양입술은 있어도 이는 빠지고 없는데
能食數萬糧 수많은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도먹네
- 옮겨온글 -

[출처] 여인들만 사는 여인도(女人島)|작성자 청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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