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자상수(排字上壽) - 와룡산에서
배자상수(排字上壽)
중국 남송(南宋)의 장치화란 사람이 지은 소원천금(笑苑千金)이라는 웃음거리 책이 있다.
그 책에는 글자를 벌여놓아 장수(長壽)를 빈다는 배자상수(排字上壽)라는 이야기가 있다.
어느 곳에 부자 영감이 살았다.
부자 영감에게는 아들이 셋이 있었는데 셋이 제각기 장가를 들어 살림을 차리고 있었다.
영감은 그의 생일날 아침에 세 며느리들을 불러 놓고 오늘 밤에는 생일잔치가 있을 테니,
너희들은 그때 재미있는 일을 가지고 나에게 축배를 올려 즐겁게 하라고 부탁을 하였다.
그날 밤 예정대로 성대한 잔치가 벌어졌고 손님들이 열 간 대청이 그들먹하도록 모였다.
이윽고 며느리들이 시아버지께 축배를 올리고 장수를 비는 헌수(獻壽)를 할 차례가 되었다.
첫째 며느리에겐 두 명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좌우에 한 사람씩 딸의 손을 잡고 시아버지 앞으로 나아가서 인사를 하였다.
"아버님, 앞으로 백 년 상수하옵소서! 저는 간(姦)이란 글자로 아버님께 술을 올리옵니다."
"음, 여자가 셋이니까 간(姦)이라 그 말이지? 과연 그렇구나! 과연 그래!"
시아버지는 인자하게 웃으며 첫째 며느리의 재치가 넘치는 생각에 감탄을 마지않았다.
둘째 며느리에겐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녀는 그 아들을 데리고 시아버지 앞으로 나아가서 다음과 같이 축하의 인사를 올렸다.
"아버님, 무병장수하옵소서! 저는 호(好)라는 글자로 아버님 앞에 술을 드리옵니다."
"옳거니. 여자와 아들이니까 호(好)라 그 말이지? 됐어! 됐어!" 하고 시아버지는 기뻐했다.
이제 마지막 셋째 며느리 차례였다.
그런데 그녀는 시집온 지 얼마 안 되어서 아직 아들도 딸도 없는지라 혼자 걸어나가서
"아버님, 부디 만수무강하옵소서!" 하고 인사를 드리며 술잔을 올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시아버지가 "그런데 너는 어째서 술잔을 올리려고 하지 않느냐?" 하고 물었다.
그녀는 갑자기 치마를 훌렁 걷어올리고 벌거벗은 한쪽 다리를 의자 위에 쭉 뻗은 다음,
손으로 자신의 두 다리가 마주 붙은 사이를 가리키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것이었다.
"아버님, 저는 아직 자식이 없어서 가(可)라는 글자로 아버님께 축배를 올리옵니다."
시아버지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과연 가(可)라는 글자가 되어 있구나.
그런데 입구(口)가 약간 비뚤어졌구나. 아니야, 됐어! 됐어! 그만하면 훌륭한 가(可) 자라고 볼 수 있겠다."
시아버지는 손뼉을 치면서 좋아하였고 모여든 집안 손님들도 모두 좋아하며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 옮겨 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