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야화]관상이 바뀐 거지 덕보의 횡재 - 구미샛강에서
일이 밀려서 집에도 못가고 놋점에 딸린 방에서
자고난 주인 방첨지가 아침 일찍 일어나 공방을
둘러보는데, 어떤 비렁뱅이 아이가 화덕 옆에서
자고난 거적을 치우고, 빗자루로 자리를 깨끗이
쓸고 있었다.
그때 방첨지가 나타나자 아이가 화들짝 놀랐고
허락없이 월담해서 들어와 잤지만 청소하는 걸
보니 경우는 바르다 생각한 방첨지가 그날부터
덕보를 놋점 가게에서 먹고자고 낮이면 풀무질
하도록 허락했다.
방첨지 놋점은 안성에서 알짜 가게로, 방첨지가
녹여내는 놋쇠의 품질이 가장 좋고 방짜 기술이
그를 따를 장인이 없으며 비싸긴 하지만 한양의
세도가집 혼수 목록에 빠지게 되면 비단이 한짐
이라도 체면이 깎인다.
놋쇠를 만들기 위해 용로에 합금을 할때 구리와
주석의 비율은 방첨지 혼자만 알고 있고 한가지
무었인가 더 넣는 것도 모두 비밀이며 종업원이
열명이나 되지만, 방짜 두드리는 마지막 마무리
작업은 항상 방첨지가 손수 한다.
여덟 해가 흘러가 덕보는 풀무질을 면하고 초벌
방짜 기술자가 되었지만, 점심때만 되면 지게를
지고 반마장 떨어진 방첨지네 집으로 가서 점심
밥상을 지고오는 것은 아직도 여전하다.
덕보는 조실부모하고 어릴 때는 거지로 연명을
했지만 방첨지 덕택에 본바탕이 드러나 얼굴은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어깨가 넓게 벌어졌으며
일도 무척 열심히 하였다.
날씨가 무더운 어느 여름날에 덕보가 용로에서
합금 작업을 하다가 점심때가 가까워져서 점심
밥상을 가져오기 위해 바소쿠리를 지고 집으로
달려가니 땀이 비오듯 하였다.
덕보가 집에 도착하자 부엌에서 나오는 방첨지
부인이 바가지를 들고 앞장서 덕보를 우물가로
오라고 하였으며, 부엌에서 점심을 장만하느라
땀을 흘린 방첨지의 부인도 치마가 달라붙어서
터질듯한 엉덩이 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덕보는 생전 처음 방첨지 부인의 몸매를 보고는
하초가 뻐근해졌고, 젊은 나이에 재취로 들어와
아직 서른 두셋밖에 안된 방첨지의 부인도 벗은
덕보의 등에다 물을 퍼부으며 열두살 때의 아이
등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방첨지의 부인이 고운 손바닥으로 덕보의 등을
문지르다가 앞가슴도 문지르자, 덕보의 양물이
홑바지를 뚫을새라 치솟아 오른걸 보고 방첨지
부인은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방첨지 부인이 덕보를 우물옆 토란밭에 데리고
가서 치마를 깔고 드러누웠으며 덕보가 부인의
고쟁이를 벗기자 부인의 발가벗은 육덕 알몸과
검은숲이 덮인 옥문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들은
뜨거운 용광로 속으로 들어갔다.
활활 타오르던 용광로 불이 모두 꺼지고 덕보가
바지를 추스르며 돌아 앉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방첨지의 부인에게, 죽을 죄를 지었다고 말하자
부인은 오히려 자기가 덕보에게 적선을 받아서
너무나도 고맙다고 하였다.
"마님, 소인이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닐세, 자네가 내게 적선을 한게야."
시간이 많이 지나서 점심 밥상을 지고 부리나케
놋점에 가는데, 담벼락에 앉아 있던 관상쟁이가
발딱 일어나 가던 길을 막으며 덕보에게 관상이
변했다고 말해 깜짝 놀라 관상쟁이 영감을 밀쳐
내고 놋점으로 왔지만 덕보는 앞이 캄캄했다.
관상쟁이가 내가 나쁜 짓을 한것을 눈치챘다고
생각하며 그짓을 하면 관상이 변하는지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선은 관상쟁이 영감의 입을 막는
일이 급선무라 수박 한덩이를 사들고 관상쟁이
영감을 찾아갔다.
관상쟁이 영감을 찾아가 날씨가 더워서 수박을
한덩이 사왔다고 하자 영감이 고개를 들어보라
하기에 덕보가 고개를 들자 빤히보던 관상쟁이
영감이 자네는 횡재수를 받아서 팔자가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하였다.
토란밭에서 나쁜 짓을 한게 들통난 것이 아니란
것을 알게된 덕보는 한숨을 놓았고 주인을 위해
뼈빠지게 일해주고 그믐달에 세경 몇 푼을 받는
놈이 무슨 수로 팔자를 고치겠느냐고 하자
관상쟁이 영감이 덕보에게 자네는 주인을 위해
일하지만 주인은 자네를 위해 일한다고 했으며
그날밤 잠은 오지않고 나는 주인을 위해 일하고
주인은 나를 위해서 일한다는 관상쟁이 영감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덕보는 이튿날부터 발목을 삐었다 핑계를 대고
점심밥상 지게를 지지 않았으며 얼마후 늦여름
방첨지는 장질부사에 걸려서, 백약이 무효이고
피골이 상접하여 덕보를 불러서 앉혀놓고 놋쇠
합금과 방짜 비밀을 모두 가르쳐 주었다.
이틀 후에 방첨지가 숨을 거두었으며 일년상을
치르고나서 과부가 된 방첨지의 부인은 덕보를
집으로 불러 들여 깍듯이 서방님이라 불렀으며
부인은 오늘이 바로 덕보를 새서방으로 맞이해
첫날밤을 치루는 날이다.
오늘밤 덕보는 부인을 여러 차례나 기절시키고
황홀한 시간을 보냈으며 정식으로 부부 인연을
맺은 덕보와 방첨지 부인은 이후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덕보는 관상쟁이 말처럼 부인도
얻고 놋점도 가지는 횡재를 하였다.
- 옮긴글 편집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