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살꽁지 터진다 물 그만 먹어라 - 인흥마을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12. 28. 15:15

살꽁지 터진다 물 그만 먹어라

 
 

육미파열(肉尾破裂) : 살꽁지 터진다.

옛날에 어느 작은 마을에

처녀 총각이 살았다.

하루는 총각이 나무하러 산에 가보니

마침 처녀도 나물 캐러 와 있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들은 아무도 없고 딱 둘뿐이었다.

총각은 엉큼한 생각이 들어서

수작을 꾸미기 시작했다.

"너 나물 다 캤니?"

"응, 너 나무 다 했어?"

"응, 그러면 우리 점심이나 먹자."

둘은 자연스럽게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서

가지고 온 점심 보자기를 풀었다.

그런데 총각은

무얼 좀 알았던 모양이나

처녀는 맹한 구석이 있어

남녀의 일에 관해 전혀 몰랐다.

총각이 넌지시 말했다.

"저 옹달샘에 가서

물을 좀 마시려고 하는데 나를 좀

붙잡아 줄래?"

"그래."

총각 녀석은 그 대답을 듣더니만

갑자기 옷을 벗기 시작하더니

알몸이 되었다.

"물먹는데 옷은 왜 벗어?"

처녀가 묻자 총각이 둘러댔다.

"혹시라도 물에 빠져서

이 옷을 적시면 어떻게 입어?

그러니까 미리 벗는거야."

"응, 그렇구나."

총각은 넙죽 엎드려 물을 마시다가

뒤를 향해 처녀에게 소리쳤다.

"물 마시기가 힘이 들어.

내 다리 사이에 살꽁지가 하나

달려 있지? 그걸 꼭 잡아다오.

그렇지 않으면 물을 못 마시겠다."

처녀는 멋도 모르고 그 문제의

살꽁지를 잡았는데

처음에는 한 손으로 잡았지만

살꽁지가 자꾸 굵어지니까

두 손으로 잡았는데도

점점 굵어지기만 할 뿐이었다.

처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이고, 살꽁지 터진다.

물 좀 그만 먹어라.

살꽁지 터진다. 살꽁지 터져."

"그래 꼭 잡아라, 터지기 전에

꼭 잡아라.

잘못하면 빠지니까."

출처 :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