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부인의 간통과 어리석은 남편 - 송해공원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12. 28. 15:06

부인의 간통과 어리석은 남편

 
 

한 양반 집에 부부 종이 있었는데, 아내인 여종은 얼굴이 매우 곱고 예뻤으며 또한 영리했다

그러나 그 여종의 남편은 우둔하고 미련하였으며 또한 주책이 없었다.

주인이 여종의 남편이 모르게 여종과 정을 통하고 있었는데, 여종도 역시 매우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응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기회만 있으면 밤낮 가리지 않고 후미진 곳에서 만나 함께 즐거움을 나누었다.

하루는 낮에 주인이 여종을 데리고 후원 나무숲에 가서 옷을 모두 벗기고 함께 즐기고 있었다.

두 사람의 열정이 한창 무르익고 있을 때 저쪽에서 여종의 남편이 일을 마치고 이리로 오고 있었다.

이에 주인 남자는 얼른 몸을 일으켜서 여종이 벗어놓은 치마로 누워있는 여종의 얼굴을 덮어가렸다.

그리고는 여종의 남편을 향해 손짓을 하면서 이리 오지 말고 저쪽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그 여종의 남편은 알았다는 듯이 웃으면서 반대쪽으로 멀리 피해 갔다.

주인 남자는 다시 덮었던 치마를 걷고 끝나지 않은 그 놀이를 계속하여 흡족하게 정을 나누었다.

낮에 이와 같이 여종과 즐거움을 나누었던 주인은 저녁때 사랑방에 나와 의젓하게 앉아 있었다.

이때 낮에 관계를 가졌던 여종의 남편이 들어와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말했다.

"주인 어른께서 낮에 어떤 여자와 재미를 보고 있을

때 소인이 눈치채고 알아서 잘 피했지요? 헤헤헤."

그러면서 눈치 있게 미리 알아서 잘 피해 준 것을 자랑하듯이 말하며 좋아하는 것이었다.

이에 주인 남자는 기특하다고 칭찬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그래, 매우 고마웠다. 아마 그때 나하고 같이 있던 그 여자도 네가 눈치채고

알아서 피해주었다는 것을 알면 틀림없이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할거야."

이 말에 여종의 남편은 큰 일을 잘 해낸 듯 너무나 흐뭇해하며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여종의 남편은 그 길로 자기 아내에게 가서 낮에 있었던 얘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주인에게 칭찬을 받았다고 자랑했으며 이 이야기를

들은 여종은 남편에게 단단히 주의를 시켰다.

"여보! 주인 어른에 대한 일은 누구에게도 소문내면 안돼요. 만약 소문내면 큰 죄가 되니 절대로 남에게 말하지 말아요. 알겠지요?"

"아무렴, 내가 뭐 세 살 먹은 어린아인가? 그런 것을 남에게 얘기하게. 눈치껏 알아서 할테니 걱정마."

라고 대답하고 나서 여종의 남편은 스스로 대견해하며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다.

-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