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소경의 술수에 빠진 오생부부 - 수목원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6. 3. 13:58

 

소경의 술수에 빠진 오생부부

 
 

 

맹인선복(盲人善卜) : 소경의 좋은 점괘

시골의 오생(吳生)이 양갓집의 규수를 아내로

맞이하고 몹시 사랑하여 남다른 데가 있었다.

어느 늦은 봄 날에 아내가 냇가에 빨래를 하러

갔다가 꽃다운 향기의 경치에 취했다.

오생의 아내는 주위에 아무도 없자 끓어오르는

탕정(蕩情)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길이가 한뼘쯤 되는 양물처럼

길쭉한 돌이 있는데 모서리가 무척 매끄러워서

그것을 주워 옥문 안에 집어넣었다.

돌 한 쪽의 끝을 잡고, 욕정에 따라 밀어 넣었다

빼내기를 거듭하며 한창 즐기다가 도가 지나쳐

자신도 모르게 그만 너무 깊이 밀어 넣었다.

손가락으로 빼내려고 애써 보았지만 돌이 너무

매끄러워서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고 배를 눌러

토해내려고 해봐도 뱃속의 통증이 심하여 차마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아도 뾰족한 수가 없어서

빨래를 그만두고 집에 돌아왔는데 근심스러운

빛이 얼굴에 가득하였다.

오생이 아내에게 까닭을 물으보니 아내는 숨길

수가 없는지라 한숨을 내쉬며 말하였다.

"제가 서방님을 생각하다가 자제력을 잃었는데

갑자기 돌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돌이 마치 서방님의 양물과 흡사하게 생겨서

그 차이를 비교해 보려고 옥문 속으로 집어넣어

보았다가 그만 너무 깊이 넣어서 꺼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비록 서방님 앞이지만 말씀을 드리려니 진실로

부끄럽습니다."

"그참 이상한 일이요. 나역시 조용한 방에 혼자

앉아서 당신의 화장대를 어루만지다가, 마음이

울적해지고 무료해집디다.

그때 마침 상아래 있는 호리병이 눈에 띄었는데

입구가 좁고 고운 것이 꼭 당신의 옥문 같았소.

그래서 나 역시 비교해 보고싶은 생각에 재미로

양물을 호리병 주둥이에 집어넣어 보았소.

그런데 갑자기 양물이 커지는 바람에 빼낼 수가

없게 되었는데, 호리병을 부수고자 해도 그릇이

단단하고 깨진 조각이 날카로울 터라

양물을 다칠까 두려워하여 이러고 있으니 오늘

우리 두 내외가 모두 큰 우환을 만났소 그려."

끝내 오생 부부는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노심

초사 하다가, 소경 점쟁이에게 가서 자초지종을

말하고 점을 보았다.

소경은 익살스럽고 기지가 많았는데 오생 말을

듣고 거짓으로 놀라는 척하면서 말했다.

"액운(厄運)이로다! 자석(磁石) 처럼 들어붙는

동티가 난 것이라.

경전(經典)을 읽어 액운을 물리치는 길밖에는

없으며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좋지 않습니다.

제가 저희 집에서 독경을 다 마친 후에 댁으로

같이 가서 액운을 물리치도록 하겠습니다.

복채로 쌀 석섬과 말먹이용 콩 다섯 섬을 지금

즉시 가져오시오."

오생은 황급히 집에 가서 쌀 석섬과 콩 다섯섬

값에 해당하는 돈을 가져와 복채로 내놓았다.

소경은 새벽까지 독경을 하더니 날이 새기전에

오생의 집으로 따라갔다.

먼저 오생부부의 옷을 모두 벗개하고는 절대로

눈을 뜨지 못하게 꼭 감으라고 엄명했다.

그리고는 아내로 하여금 옥문을 오생의 호리병

쪽으로 바싹붙여 향하게 하고 움직이지 못하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그리고 심부름을 하는 아이를 몰래시켜 종이로

뾰족한 침을 만들어 아내의 콧구멍에 밀어넣고

간지럽히게 하였다.

오생의 아내가 간지럼을 견디지 못하고 연달아

재채기를 거세게 너댓 번 계속하자

옥문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던 돌이 갑자기 옥문

밖으로 퉁겨져 나와서, 오생의 양물에 씌워졌던

호리병을 세차게 때렸다.

호리병은 두 쪽으로 갈라져서 깨어지고 마침내

오생의 양물과 아내의 옥문이 온전하게 되었다.

그러나 오생 부부는 소경의 술수에 빠진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소경의 독경과 액운을 물리친

신통한 능력에 거듭 감사하였다 한다.

- 옮겨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