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기생에게 빠진 생강장수 한탄 - 수목원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6. 3. 13:55

 

기생에게 빠진 생강장수 한탄

 

커다란 배를 가지고 다니며 장사하는 상인이

생강을 한배 가득싣고 경상도 선산의 월파정

나루에 배를 대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내 명색이 사내대장부로서 색향으로 이름난

이 곳에 와서, 그냥 장사만 하고, 지나칠 수야

없는 일이지..."

그리하여 선산 고을에서 이름난 어느 기생을

사귀어 그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한배 생강을

모두 탕진하고 맨몸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빈털터리가 된 상인은 기생과 작별을 하면서

이렇게 얘기했다.

"내가 너의 집에 와서 사는 동안 생강 한배를

모두 날렸으나 후회는 없다마는 다만 소원이

한가지 있다.

너의 옥문이 어떻게 생겼기에 내 생강 한배를

모두 먹어치웠는지 보고 싶구나. 밝은 대낮에

한번 보여줄 수 없겠느냐?"

그러자 기생은 웃으면서 생강 장수를 붙잡고

그런 소원이라면 열번도 들어드릴 수 있다며

옷을 벗고 번듯이 드러누워 보여주었다.

이에 상인은 기생의 옥문을 헤치고 그 속까지

자세히 살펴본 다음에 시를 한 수 지었다.

(遠看老馬目)

멀리서 바라볼 때는 늙은 말의 힘없이 감기는

눈 같더니

(近見患膿瘡)

가까이 들여다보니 고름든 종기를 찢어 헤친

상처 같구나

(兩邊皆無齒)

양쪽에 둘린 입술에는 아무리 보아도 치아가

없는데

(契盡一船薑)

어떻게 한 배에 실린 그 딱딱한 생강을 모두

먹어치웠는가!

이렇게 읊은 상인은 곧바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 옮겨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