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수염 많은 여인과 양반의 다툼 - 사문진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6. 3. 13:44



수염 많은 여인과 양반의 다툼
다염지녀(多髥之女) : 수염 많은 여인
수염 많은 양반이 여행을 하다가 날이 저물어
어느 시골집에 묵기를 청하였다.
마침 그 시골집에는 바깥 주인이 집을 비우고
먼길을 떠나, 다음날 돌아오기로 하여 부인만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밤중에 잠을 청하던 양반은 밖에서 아낙네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수염이 많은 사람은 내일 대차반(大茶盤)을
잡수시겠지."
양반은 내일 나올 큰 주안상을 상상하며 잠이
들었으나, 한낮이 다 되도록 주안상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화가 잔뜩난 양반이 주인 아낙네에게 따지자
아낙네는 웃음을 터뜨리며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제야 희롱을 당한 것이라고 짐작한 양반은
아낙네를 양반을 능멸하고, 희롱하였다 하여
관아에 고발하게 되었다.
관아에 잡혀가 심문을 받게 된 아낙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사또에게 대답했다.
"수염이 많은 손님이란 저의 음부를 가리키는
것이고.. 대차반이란 남편의 양물을 가리키는
것이었사옵니다.
내일 집으로 돌아올 남편을 기다리며 혼자서
중얼거리는 소리였는데 자신의 얼굴에
수염이 많이 난 것만을 생각하고 지레 짐작한
손님의 잘못을 왜 저에게 추궁하십니까?"
아낙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였고 사또가
이를 증명하고자 아낙의 밑을 들춰보았다.
과연 음모가 수북이 나있는지라 너털웃음을
지으며 아낙을 무죄방면 하였더라 한다.
- 옮겨온글 -

[출처] 수염 많은 여인과 양반의 다툼|작성자 청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