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객사 주인의 방사를 구경하기 - 동대사 연등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5. 4. 17:45

객사 주인의 방사를 구경하기

 

 

주인행방(主人行房) : 객사 주인의 방사 구경

나이가 서로 비슷한 숙질이 함께 길을 가다가

어느 객사에 묵게 되었는데 주인 부부와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옆방에 자게 되었다.

주인 부부가 밤이 깊은 뒤에 밤새도록 갖가지

재주를 다하며 일을 시작하자, 조카는 소리를

듣고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조카는 주인집 부부의 그 소리를 듣고 손으로

숙을 잡아서 흔들어 보았으나 숙이 깊은 잠에

빠져 깨지 못하는 것이었다.

조카는 이튿날 아침에 그의 숙에게 지난 밤에

주인 부부가 운우를 나누는, 재미있는 현상을

보았다고 하였다.

"어째서 나를 깨워 그것을 함께 구경토록 하지

않았느냐?"

"그럴리 있습니까? 암만 흔들어도 아저씨께서

통히 일어나셔야지요."

아재비가 탄식을 하면서, 조카에게 오늘밤 하루

더 묵으며 주인 부부가 운우를 나누는 재미있는

현상을 구경하자고 했다.

"오늘 밤엔 명심하고 자지 않고 기다릴 것이다."

하고 병을 핑계삼아 하루 더 묵게 되었다.

이튿날 밤이 깊었으나 주인 부부의 운우가 끝내

이뤄지지 않아서 숙은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더니

깊은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옆방에서 주인이 처의 옷을 벗기는 소리가

부시럭 거리자 그 조카가 아재비를 흔든즉 숙이

비몽사몽간에 기뻐하며 큰소리를 쳤다.

"주인 놈이 그 일을 정말 시작했느냐?"

숙의 말을 들은 주인이 놀라서 음심이 위축되어

결국엔 운우를 나누지 않았다.

이틀이나 헛되이 여관이 머물러 있다가, 결국은

주인집 부부가 운우를 나누는 것을 보지 못하고

헛되이 밥값만 치렀다고 하더란다.

- 옮겨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