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이야기 - 빛의 벙커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3. 17. 15:34

 

또 다른 나 
 
또 다른 내가 대체 몇 명쯤 될까?
한 가지 생각에 머물지 못하고
수 도없이 번뇌하고 고민하고
수시로 매번 다른 나를 만나게 된다.
어떤 모습이 정말 나의 모습인지 나도 모르겠다

빛의 벙커는 제주에서 일본으로 연결된 해저 케이블을 관리하던 KT의 통신 시설로

산 밑에 벙커로 기지국을 만들어 해저케이블인 광전선을 관리하여 오던 곳으로 

폭격에도 무너지지 않도록 지하 벙커를 만들고 그위를 흙으로 덮어 주요시설인지를 전혀 알 수없도록 꾸며

지하에는 방온 방습 등 해충이 살 수 없고 자연적으로 온도와 습도가 맞춰지는 구조를 가진 곳으로 

일반인들이 접근 할 수 없는 비밀스런 장소로 초소에 경비를 서고 했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설이 과학의 발달로 필요 없어지게 되자 경매로 내 놓게 되는데 

현 주인이 이곳을 경매로 낙찰받아 커피 박물관을 차리게 되고 벙커는 벙커내 시설물을 그대로 살려 

레이져 빔으로 그림을 전시하고 웅장한 음향기기로 빛으로 쏜 그림과 함께 감상 할수 있는 음악을 틀어

어쩌면 음악 감상실 같기도 하고 전시장에 비춰지는 레이져빔으로 그려지는 그림과 함께 음악을 감상 하노라면 

오케스트라를 마주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전시회에 전시되는 그림은 몰입형 미디어아트로 인상주의에서 모더니즘의 여정을 볼 수 있는데

르누아르, 모네, 피사로, 시냑, 드랭, 블라맹크, 뒤피와 샤갈등 약 20여명의 작가가 그린 명화 속으로 빠져 들게 만든다.

함께 음향기기에서 들려주는 음악은 오페라의 서곡, 아방가르드 음악의 푸가, 수중 음악, 초상화 교향곡이 연주되어

웅장하고 잔잔하며 서정적인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관람요금은 성인 18,000원으로 다소 비싼 것 같아 뭐가 이리 비싸하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들어가 관람을 하고난 후에는 요금 18,000원이 결코 아깝지 않은 요금이였다는것을 체험 하게 한다.

벙커 출구 광장에 있는 조형물이다.

커피 찌꺼기로 만들었다는 탄생이란 제목의 사자상

어미 사자 아래 작은 새끼 사자

그리고 꼬리 처럼 긴 것이 새끼 사자의 탯줄을 표현 한것이라고

아래 열매가 맺힌 나무는 하귤 나무 인데 벙커를 준공 당시 그 시절 대통령이든 노태우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여

시절을 시찰 하고 기념 식수 한 하귤 나무라고 한다

벙커주변엔 나팔 수선화가 곱게 피어 있다 그리고 광장 옆으로 커피 박물관이 카페와 함께 차려져 있는데 

커피 맛과 향이 일품이다 1층엔 커피를 제조하기 위한 로스터기와 그라인더 커피포트등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엔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는데 마치 도서관에 와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벽에 붙여져 있는 사진과 그림 그리고 도서들이 도서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매창과 유희경의 사랑이야기

 
 
 

우리 역사속에는 선비와 기생(妓生)간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많이 전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황진이와 서경덕, 두향과 이황, 홍랑과 최경창, 이매창과 유희경 등이 있으며 이를 두고 조선시대의 4대사랑이라고 한다.

매창(梅窓, 1573~1610)은 조선 중기 전북 부안의 기생이었고 시를 잘 짓는다 하여 시기(詩妓)라고 불렸다.

매창이 그의 정인(情人) 촌은(村隱) 유희경(劉希慶, 1545~1636)과 주고받은 연시(戀詩)는 오늘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1590년경 부안으로 내려왔다가 매창을 처음으로 만난 유희경.

그러나 유희경은 2년 뒤 다시 한양으로 올라가면서 매창과 이별하게 되었다.

그 때 매창의 나이는 방년 21세. 유희경은 매창의 가슴에 깊은 정을 남겼고 그 정은 매창의 시심으로 피어났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추풍낙엽(秋風落葉)에 저도 나를 생각는가

천리에 외로운 꿈만 오락가락 하노매라

부안읍내 성황산 서림공원 입구에 있는 매창의 '이화우' 시비

흔히 ‘이화우’라는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 시는 매창의 여러 시 가운데 유일한 한글시조다.

매창은 봄날 흩날리는 배꽃을 보고 이를 ‘이화우(梨花雨)’라고 표현했다.

하늘이 준 재주가 아니고서야 나올 수 없는 표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비슷한 시기에 씌어진 듯한 한시가 한 편이 더 있다.

東風一夜雨(동풍일야우) 하룻밤 봄바람에 비가 오더니

柳與梅爭春(유여매쟁춘) 버들과 매화가 봄을 다투네

對此最難堪(대차최난감) 이 좋은 시절에 차마 못할 건

樽前惜別人(준전석별인) 잔 잡고 정든 님과 이별하는 일

매창이 이러할 진대 그립기는 유희경도 마찬가지였다.

몸은 한양에 머물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늘 매창이 살고 있는부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娘家在浪州(낭가재낭주) 그대의 집은 부안에 있고

我家住京口(아가주경구) 나의 집은 서울에 있어

相思不相見(상사불상견) 그리움 사무쳐도 서로 못 보니

腸斷梧桐雨(장단오동우) 오동잎에 비 뿌릴 제 애가 탄다오

유희경의 '매창을 생각하며' 시비

매창이 ‘이화우(梨花雨)’라니 유희경은 ‘오동우(梧桐雨)’란다.

두 사람이 이별할 때 계절은 봄이었는데, 그 새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두 계절 동안을 보지 못하고 지낸 셈이고 그럭저럭 세월은 다시 수 년이 흘렀다.

유희경은 유희경대로, 매창은 매창대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지게 되었다.

이런 경우 씻기 어려운 정한(情恨)을 안게 되는 쪽은 대개 여성이다.

특히 당시 매창은 ‘노류장화(路柳墻花)’랄 수 있는 기생 신분이었다.

마음에 이어 몸마저 상한 매창이 남긴 단장시 한 편을 소개하면,

相思都在不言裡(상사도재불언리) 말은 못했어도 너무나 그리워

一夜心懷鬢半絲(일야심회빈반사) 하룻밤 맘고생에 귀밑머리 희었어요

欲知是妾相思苦(욕지시첩상사고) 소첩의 맘고생 알고 싶으시다면

須試金環減舊圍(수시금환감구위) 헐거워진 이 금가락지 좀 보시구려

한양(서울)과 부안. 서해안고속도로 개통으로 이젠 두어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이 거리를 놓고 마치 서로가 지구 반대편에라도 있는 듯하다.

핸폰과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 두 사람의 사랑얘기는 마치 수 천년 전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얘기로 들린다.

문명의 발달로 편리는 해졌지만, 깊은 정(情), 가슴에 품은 한(恨)은 이제 그 어디서 만날 꺼나...

매창묘

 - 옮겨온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