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풍경

암구렁이와 가물치의 짝짓기 - 남평문씨 세거지에서

藝河 옆지기 淸雲 2022. 3. 14. 17:12

암구렁이와 가물치의 짝짓기

 

 

옛날에 어느 영감탱이가 논두렁길을 가고 있는데 암구렁이가 조그만 가물치와 교미를 하고 있었다.

영감이 이걸 보고 아무리 미물이라 하여도 제짝이

있는 법인데 큰놈이 작은놈과 간식을 처먹는 것은

 

아무래도 도리에 어긋난 일인것 같아 긴 담뱃대로 구렁이의 눈퉁이를 내리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구렁이는 자기 집으로 돌아가서 서방한테 이르기를 자기가 논두렁을 어슬렁 거리는데 어떤 영감탱이가 지나가다가

담뱃대로 내 눈텡이를 내리쳐서 이렇게 눈텡이가 밤탱이가 되었다고 고자질을 하였다. 

그러자 숫구렁이가 아내의 원수를 갚아주겠다고 암구렁이를 앞세우고 영감의 집으로 찾아갔다. 

바로 그때 마침 영감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오늘 낮에 별난 거를 보았어. 큰 암구렁이가 작은 가물치 하고 떡방아를 찧고 있기에 괘씸해서 암구렁이의 눈퉁이를 담뱃대로 내리쳤다우."

이 말이 끝나자 마자 밖에서 우당탕 거리며 무엇이 떨어지는 벼락치는 소리가 들렸다. 

밖으로 나가보니 큰 구렁이가 갈기갈기 찢겨져서 죽어있었고 죽은 구렁이를 자세히 살펴보니 낮에 담뱃대로 눈퉁이를 얻어맞은 그 암구렁이였다.

숫구렁이는 암구렁이의 말만 듣고 원수를 갚으러 왔다가 자기 색시가 화냥질하다가 얻어맞은 것을 알고 오히려 화가 나서 암구렁이를 죽인 것이다.

이말은 결국 한쪽 사람 말만 듣고 송사를 못한다는 말이며, 말이란 양쪽 말을 모두 들어보아야 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