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의 잘못이요 - 둔산동 옷골마을의 늦가을
모두가 나의 잘못이요
어느 부인이 글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들으면
꼭 써먹어 보는데 어느날 아들이 몇몇 친구가
모이게 되어 있어 술상을 차려 달라고 아뢴다.
어머니는 아들의 부탁대로 술상을 차려 주고
창밖에서 우연히 아들 친구들의 취중 담화를
듣게 되었으며 이튿날 아침에 딸도 같이 있는
곳에서 아들에게 물었다.
"어젯밤에 창밖에서 너희들의 문자쓰는 것을
들은즉 모두 유식하여 가히 들을만 하였는데
다만 용두질, 비력질, 요분질 등에 이르러선
문자와 뜻을 모두 알 수가 없던데, 그것들은
어디에다 쓰는 말들이냐?"
용두질은 수음을 말하고, 비력질은 남자끼리
교합을 말하며 요분질은 남녀가 교접할 때에
여자가 몸을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아들이 기가 막혀 대답할 말이 없어 거짓으로
꾸며 말했으며 용두질, 비력질은 친구들 간에
담배를 피우거나 노름을 할 때에 쓰는 말이며
요분질은 바느질을 이른다고 하였다.
그 어머니는 그런 줄만 알고 있었던 중에, 딸이
출가한 다음에 사위와 함께 인사차 찾아왔으며
어머니는 상을 차려 대접하고 사위에게 말했다.
"사랑방에서 처남과 더불어 용두질과 비력질을
하면서 종일 잘 놀다 가게나."
그러자 딸이 나서며 말했다.
"그러면 그 사이 비록 이렇다 할 솜씨는 없으나
어머니 대신 요분질만은 제가 해드리지요"
신랑이 들은즉 해괴망측 한지라 묵묵히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자 아내를 쫓아내버렸고 딸이 왜
쫓겨 왔는지 그 연고를 알 수 없던 차에 아들이
짚이는 데가 있어 어머니께 물었다.
"어제 매부가 왔을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요?"
"이러이러 하였을 뿐 다른 말은 없었느니라."
아들이 들어본즉 참으로 낭패스럽게 되었거늘
매부를 찾아가 말했다.
"이번 일은 여차여차 한즉 모두 나의 과실이니
부디 마음에 두지 마시게나."
이를 들은 매부는 크게 웃으며 곧 가마를 보내어
자기 아내를 다시 집으로 데려왔다.
- 옮겨온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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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모두가 나의 잘못이요|작성자 청솔